삼성·SK·현대차·네이버, 엔비디아 GPU 확보…'AI 생태계' 드라이브(종합)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로 경북 포항경주공항에 도착한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 젠슨 황이 공항 밖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있다. 2025.10.31/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경주=뉴스1) 박기호 이동희 최동현 박주평 원태성 기자 = 삼성전자, SK,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대규모 협력에 나섰다.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로부터 GPU를 대량 확보했고 제조, 자동차, 로봇 등의 분야에서 AI 생태계 혁신에 협력하기로 했다.

엔비디아, 삼성 HBM 탑재 GPU 26만장, 정부·주요 기업에 공급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경제포럼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CEO Summit(서밋) 참석을 위해 전날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31일 우리 정부와 주요 기업에 총 26만 장의 블랙웰 GPU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GPU는 AI 모델의 학습과 운영을 위한 AI 시대의 필수품으로 통한다. AI 시대 글로벌 3강을 목표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이기에 GPU 수급난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당초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5만장 확보를 목표로 하기도 했다. 이번에 엔비디아가 공급하기로 한 블랙웰은 기존 호퍼(H100·H200 등) 아키텍처 대비 성능이 높다.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및 AI 학습·추론 경쟁력 강화에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젠슨 CEO와 만나 우리나라 AI 인프라를 비롯한 AI 생태계 전반의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의 젠슨 CEO 접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함께했다.

정부와 주요 기업, 엔비디아의 협력은 AI 인프라 구축과 기술 협력, AI 기술 공동 연구, AI 인재 양성과 스타트업 지원으로 추진된다.

스마트팩토리 등 韓 AI 인프라 구축 속도…엔비디아와 협력 강화

엔비디아는 우선 정부, 삼성, SK그룹, 현대차그룹에 각각 5만 장, 네이버클라우드에는 6만 장의 GPU를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된 엔비디아 GPU 5만 장을 구입, 이를 통해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AI 반도체 팩토리에선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AI로 구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AI 팩토리에서 생산하는 △HBM3E △HBM4 △GDDR7 △SOCAMM2 등을 엔비디아에 공급해 'AI 반도체 생태계'를 확고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AI 가속기 GB300에 HBM3E 12단을 공급 중인데 현재 퀄 테스트가 진행 중인 HBM4 납품이 공식화되면 향후 도입되는 GPU에는 삼성전자의 HBM4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HBM 외에도 업계 최초로 개발한 고성능 그래픽 D램(GDDR7)과 차세대 저전력 AI 서버용 모듈 SOCAMM2 공급도 엔비디아와 협의 중이며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협력 범위를 배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엔비디아와 AI 모델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피지컬 AI 기반 지능형 기지국까지 협력 범위를 전방위로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및 국내 산·학·연과 '차세대 지능형 기지국(AI-RAN) 기술 연구 및 실증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SK그룹은 엔비디아 GPU 5만장 이상을 활용한 AI 팩토리를 구축한다. AI 팩토리는 제조 AI 클라우드, 울산에서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등이 포함된 '엔비디아 GPU 기반의 AI 산업 클러스터'다.

SK그룹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디지털 트윈과 로봇, 거대언어모델(LLM) 등 학습 및 추론, 3차원(3D) 시뮬레이션 기능을 두루 갖춘 '산업용 AI 서비스 공급 사업자'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SK그룹은 이번에 구축하기로 한 '제조 AI 클라우드'를 제조업 관련 공공기관, 스타트업 등에도 개방해 대한민국 제조업 생태계가 AI 기반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와 ‘AI 네트워크’ 연구개발(R&D)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6세대(6G) 이동통신 핵심기술로 꼽히는 ‘AI-RAN(무선접속네트워크)’ 기술 개발에 엔비디아 등과 함께 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AI칩 '엔비디아 블랙웰' 기반의 새로운 AI 팩토리를 도입한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5만장의 블랙웰 GPU를 구매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블랙웰 기반 AI 팩토리를 바탕으로 핵심 인프라를 구축, 혁신의 모든 단계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차량 내 AI, 자율주행, 생산 효율화, 로보틱스를 지능적이고 상호 연결된 단일 생태계로 통합할 방침이다.

또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국내 피지컬 AI 분야 발전을 위해 약 3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양사는 엔비디아 AI 기술 센터,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등을 국내에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현대차그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엔비디아와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첨단 AI 모델도 개발 중인데 이를 통해 자율주행부터 개인화된 디지털 어시스턴트, 지능형 인포테인먼트, 적응형 컴포트 시스템 등 혁신적인 차량 내 AI 기능도 개발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가 블랙웰 6만 장을 공급받기로 하면서 자체 데이터센터에 고성능 GPU 자원을 투입, 풀스택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와 MOU를 맺고 현실과 디지털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차세대 피지컬 AI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조선, 에너지, 바이오 등 주요 산업별 특화 AI 적용 모델을 발굴하고,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AI 기술이 빠르게 자리 잡도록 도울 예정이다.

또한 양사는 네이버클라우드의 디지털 트윈·로보틱스 등 차세대 기술 역량과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아이작 심(Issac Sim) 등 3D 시뮬레이션·로보틱스 플랫폼을 결합해 피지컬 AI 플랫폼도 구축하기로 했다.

LG전자도 엔비디아의 AI 인프라를 활용하고 협력을 강화, 피지컬 AI, 디지털 트윈 등 차세대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양사는 학습 데이터 생성과 강화학습 기반 로봇 학습 모델의 연구 협력을 지속해서 강화할 예정이다.

두산은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산의 건설기계, 발전기기, 로봇 사업에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기술을 접목해 지능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두산은 사업 영역에 특화된 데이터를 제공하고 엔비디아는 AI 기술과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