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전쟁 불붙다…한국이 '데이터센터 허브'로
연합뉴스
2025.11.02 06:33
수정 : 2025.11.02 06:33기사원문
AWS, 경기 고양에 세번째 AIDC 실사, SK·오픈AI 서남권 집중 투자 엔비디아 26만장 도입에 컴퓨팅 파워 G3…AI 서부벨트 주목
AI 인프라 전쟁 불붙다…한국이 '데이터센터 허브'로
AWS, 경기 고양에 세번째 AIDC 실사, SK·오픈AI 서남권 집중 투자
엔비디아 26만장 도입에 컴퓨팅 파워 G3…AI 서부벨트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오지은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거물 기업들과 협력이 구체화하면서 국내에 AI 데이터센터가 대거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안 전력 관련 규제, 대지 수급 어려움 등을 이유로 대규모(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한국을 외면하고 싱가포르, 일본, 말레이시아 등을 선택하던 현상이 해소되면서 부족한 국내 AI 컴퓨팅 인프라가 충족되는 대전환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과 'AI 동맹'을 맺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PEC에서 "한국은 AI 전환을 위한 최적의 시험대"라고 평가하는 등 우리나라가 AI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국력을 모으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엔비디아가 APEC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최첨단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침체됐던 국내 컴퓨팅 인프라 환경은 본격적인 '빅뱅'을 맞게 됐다.
◇ AWS, 울산·인천 이어 세번째 데이터센터 짓는다…고양 실사 중
우선 SK그룹이 AWS와 약 7조원(약 49억달러) 규모로 짓겠다고 지난 6월 발표한 100MW급 AI 데이터센터가 분위기 전환의 신호탄이 됐다.
새로 들어설 데이터센터들은 국토의 서쪽 지역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APEC 참석차 방한한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대표가 내놓은 7조원 추가 투자 계획이다.
가먼 대표는 지난 29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AI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했다"며 2031년까지 인천·경기 일대 신규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50억 달러 이상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WS는 이번 투자가 SK그룹과 협력해 추진 중인 울산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약 울산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액 5조7천억원을 제외하면 인천·경기 일대에 1조3천억원 이상이 투자되는 셈이다.
AWS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인천 중부 공업지역에 토지를 매입하는 등 경기·인천 지역을 투자처로 물색해 왔다.
AWS는 지난해부터 인천 서구 가좌동에 100MW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기에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리현동 일대에 80MW 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운영사 AWS가 국내에 세우는 세번째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AWS는 현재까지 한국 클라우드 인프라에 5조6천억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2031년까지 국내 총 투자 규모가 12조6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때 AWS는 전력 계통 영향평가 등 국내 전력 규제가 강한 점, 정보기술(IT) 기업이 밀집한 수도권이 데이터센터 수요가 높지만 민원 발생 위험이 높은 점을 고려해 해외로 데이터센터 건립지를 재고려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에서 미·중 관계 긴장도가 높아지고 우리나라의 AI 고속도로 구축 정책 등 AI 컴퓨팅 인프라 지원책이 활성화되며 국내로 다시 발길을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 SK·오픈AI 데이터센터, 국가AI컴퓨팅센터 입지와 연동 전망
정부는 또 다른 AI 시대의 '총아' 오픈AI와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협력한다고 밝혔다.
SK그룹이 이달 초 오픈AI와 한국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데이터센터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SK그룹-오픈AI 데이터센터가 광주광역시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총 5만장 규모의 AI 인프라를 목표로 추진 중인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에 삼성SDS 컨소시엄이 단독 입찰하면서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진 광주가 아닌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 부지를 점찍으며 광주 지역 민심이 크게 동요한 바 있다.
정부는 입찰자인 민간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향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해남이 아닌 광주로 다시 방향이 바뀔 가능성도 상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삼성SDS 컨소시엄의 당초 계획처럼 해남이 낙점된다면 SK그룹과 오픈AI 데이터센터가 광주에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국가AI컴퓨팅센터의 입지에 따라 SK·오픈AI 데이터센터 입지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데이터센터의 입지에 대해 "서남권 내에서도 광주나 전남 영광군 등 전력 확보가 용이하고 산업용 부지가 많은 곳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 엔비디아 블랙웰 26만장이 가져올 컴퓨팅 파워 '빅뱅'
AWS·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와 연합하는 데이터센터 구축뿐 아니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APEC 참석을 계기로 밝힌 블랙웰 CPU 26만장 공급 계획도 우리나라가 가진 컴퓨팅 파워의 대도약을 가져올 사건이다.
엔비디아는 향후 삼성과 SK그룹, 현대차그룹, 정부에 각각 최대 5만개의 GPU를, 네이버클라우드에 6만개의 GPU를 공급한다.
현대차그룹이 블랙웰 5만 장으로 구성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엔비디아 H100 12만장을 보유한 테슬라와 비슷한 AI 연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도입되는 블랙웰 칩을 기존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구축할지 신규 데이터센터를 지어 수용할지는 도입 주체들이 데이터센터 상면 상황, 전력 수급 환경 등을 고려해 결정할 전망이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지난달 31일 엔비디아 GPU 공급에 대한 브리핑에서 "확보량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3위가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컴퓨팅 인프라가 전례없이 확대되는 만큼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통신업계도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정민 SK브로드밴드 AI데이터센터(AIDC)기획본부장은 지난 30일 열린 3분기 SK텔레콤[017670] 실적 발표에서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세울 수 있는 마지막 대규모 입지로 꼽히는 구로 지역에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라며 APEC에 온 글로벌 빅테크 관계자들과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서울의 전력 수급 상황 등으로 미뤄 SKT의 구로 데이터센터가 50MW 이하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LG유플러스[032640]는 202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경기도 파주시에 신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며 기존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인 평촌 2센터의 2·3단계 증설을 추진 중이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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