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떼죽음' 원인 지목 ASF 울타리, 설악·소백부터 단계적 철거

뉴스1       2025.11.04 11:00   수정 : 2025.11.04 11:00기사원문

22일 강원 인제군 북면 미시령에 폭설이 내린 가운데 눈 속에 산양 한마리가 갇혀 있다. (인제군 제공) 2024.2.22/뉴스1 ⓒ News1 이종재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산양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이동을 막아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광역울타리 운영 방식이 대폭 바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방역 효과는 유지하면서 생태적 영향을 줄이는 방향으로 한 'ASF 차단 광역울타리 관리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SF 차단 울타리는 2019년 9월 ASF가 처음 발생한 뒤 같은 해 11월부터 전국 1630㎞ 구간에 설치됐다. 초기엔 감염 멧돼지의 이동을 막아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지만, 6년 넘게 존치되며 생태계 단절, 관리 비용 증가, 주민 통행 불편 등의 부작용이 계속 제기돼 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기후부 자료에 따르면 강원 화천과 양구 등에 설치된 울타리는 산양 등 우제류의 이동을 막아 일부 개체가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국립생태원은 해당 지역에서 무인카메라로 관찰한 결과, 산양 등 동물의 80% 이상이 울타리에 막혀 이동하지 못했고 일부 구간에서만 통과가 가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기후부는 산양을 '11월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ASF 확산세가 진정되고(올해 10월 기준 야생멧돼지 검출 55건, 전년 대비 7.6%) 양돈농가의 방역시설 구축률이 99%에 이르는 등 여건이 변한 점을 고려해 울타리 관리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새 관리 방안에 따라 전체 1630㎞ 구간 중 136.6㎞는 1단계 우선 철거 구간으로 지정돼 2026년부터 철거가 시작된다. 설악산과 소백산 등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과 울타리가 중복으로 설치된 구간이 우선 대상이다. 2단계(235.7㎞)와 3단계(636.5㎞) 철거는 2027년 이후 방역 상황과 현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순차 검토된다.

철거 구간에는 GPS 포획트랩과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해 멧돼지 이동을 감시하고, 경광등·기피제 등 보완장치로 방역 공백을 최소화한다. 철거 과정에서 나온 자재 중 사용 가능한 것은 농가 주변 야생동물 침입 방지시설로 재활용해 폐기물을 줄일 방침이다.


ASF 비발생지역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존치 구간'(621.2㎞)은 유지된다. 이곳에는 실시간 영상 감시체계를 시범 도입해 농가 주변 멧돼지 출현 시 즉시 경고하는 방식으로 방역 대응력을 높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동절기 폭설에 대비해 산양의 이동성이 높은 국립공원 구간 44개 지점을 추가 개방하고, 철거 과정에서도 권역별 방역 조치를 철저히 해 비발생지역 확산을 방지할 계획이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