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생산성 둔화에 투자탈출" 경고…연 200억불 대미투자로 심화 우려

뉴스1       2025.11.04 12:04   수정 : 2025.11.04 13:49기사원문

10월 29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2025.10.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우리나라의 생산성 증가세 둔화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탓에, 국내 대신 해외 투자를 늘리는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연간 20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대미 직접 투자가 더해지면서, 국내 자본시장을 추가로 위축시키고 경제 활력을 더욱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발표한 '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생산성 증가세 둔화로 인해 투자 결정의 핵심 요인인 자본수익성 또한 지속해서 하락해왔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 노동 투입 증가세는 완만하게 하락한 반면, 생산성 증가세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면서 자본수익성 하락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실제 투자수익률 관점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투자 수익률이 해외투자 수익률을 추세적으로 밑돌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민소득 대비 순해외투자(내국인 해외투자-외국인 국내투자) 비중은 2000~2008년 연평균 0.7%에서 2015~2024년 4.1%로 약 6배 증가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경상수지 흑자 이면에 생산성 둔화가 있고, 흑자는 생산성 둔화의 일종의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I의 이같은 경고는 최근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따른 대규모 해외투자 요인이 발생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협상 결과로 연간 200억 달러로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직접투자, 보증 등의 형태로 1500억 달러를 합쳐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직접투자를 이행해야 한다.

이는 KDI가 보고서에서 지적한 '수익성'에 따른 시장 자율적 유출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국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와 관련 정 부장은 브리핑에서 "(대미 투자는)수익성에 따른 유출이 아니라 이번 분석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면서도 "하지만 자금이 작지 않은 규모로 나가기 때문에 국내 자금 시장 그리고 국내 투자에 일부 부정적인 요소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국내 투자 위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연간 200억 달러가 나갔을 때 수익성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나갔기 때문에 (보고서 시뮬레이션처럼)1대1로 해외투자 넣은 만큼 국내투자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생산성 둔화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수치로 제시했다. 총요소생산성이 0.1%p 하락할 경우,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축소하면서 국내 자본스톡이 0.15% 감소하고, 이는 GDP를 0.15%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생산성 하락폭의 1.5배만큼 GDP 감소가 증폭되는 셈이다.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은 "생산성이 0.1% 하락하면 국내 자본스톡이 0.15% 감소하고, 2024년 기준 GDP의 0.7%인 18조 원 내외의 국내 투자가 줄고 그만큼 순대외자산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소득 분배 악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생산성 둔화와 국내 자본스톡 감소로 임금은 하락해 노동소득은 감소하는 반면, 자본소득은 국내 자본소득 감소분을 해외 투자소득(소득수지) 확대로 상쇄해 크게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동향총괄은 "자본은 국가 간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지만 노동은 이동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임금이 하락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생산성 둔화가 노동소득 의존도가 높은 경제주체에 상대적으로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이 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생산성과 인구구조 측면에서 일본의 과거 흐름과 유사한 경로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 투입 둔화도 자본수익성을 하락시켜 순해외투자를 가속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국내투자의 해외투자로의 전환은 국내 생산성 둔화의 결과이며 국민소득 감소를 완화하는 방편"이라며 "그 자체를 제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유망한 혁신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기업은 퇴출당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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