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너지 문제, 양자가 유일한 해결책"…양자·AI 융합, 韓 무기 될까
뉴시스
2025.11.04 13:53
수정 : 2025.11.04 13:53기사원문
저비용·초고효율 양자컴퓨팅과 AI 결합…AI 패권 경쟁 속 韓 승부수 돼야 "장기적인 양자 기술 프로젝트도 필요…인재 끌어들인 양질 일자리 필수"
그 에너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양자 기술입니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4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진행한 양자-AI 융합 발전 간담회에서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양자, AI 산업의 도약과 더 빠른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들 기술의 결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대해 구 차관은 "양자 분야를 AI와 잘 접목해 가시적 결과물을 빨리 보고 선진국을 스피디하게 따라가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거대 자본력과 인프라 기반의 경쟁 양상인 AI 패러다임 속에서 정부는 '저비용·초고효율'을 가진 양자 컴퓨팅이 한국이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저비용·초고효율 양자컴퓨팅과 AI 융합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추진
이날 간담회 발제를 맡은 심주섭 과기정통부 양자혁신기술개발과장은 "기존 슈퍼컴퓨터 수천만배에 달하는 연산을 1메가와트(MW) 이하 저전력으로 수행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는 AI의 근간이 되는 머신러닝 연산의 GPU 확보에 따른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냉각 문제까지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심 과장은 AI와 양자 등 첨단 기술 최선도국인 미국 역시 백악관이 AI와 양자과학을 2027년도 R&D(연구개발) 최우선 과제로 지정하는 내용의 정책 메모를 부처에 전달하는 등 전세계적인 정책 흐름이 양자-AI 융합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용훈 국가양자팹 연구소장을 비롯한 카이스트 소속 교수들과 정부 출연연구기관,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해 양자-AI 융합의 현실적 산업화 가능성과 체감 사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구 차관은 "국민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AI와 양자의 융합을 보여주는 방법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지지를 얻고, 현실적으로 관련 예산 확보나 제도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산업계를 대표해 나선 표창희 IBM퀀텀 상무는 "교통 체증 해소 등 공공 서비스 최적화에서 양자컴 유용성을 체감하도록 검토 중"이라며 "광역 교통망, 지하철, 철도, 항만 등 복잡한 변수의 문제들을 양자 컴퓨터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완 큐노바컴퓨팅 전무 또한 실용 알고리즘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탄소 포집 분야를 예로 들었다. 그는 "탄소 포집 시 촉매 물질을 계산적으로 스크리닝할 때 기존 방식으로는 일주일이 걸리는 작업을 양자 기술을 통해 '1000분의 1'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여 산업적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컴퓨팅 연산 시간을 급격하게 낮출 수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AI에 활용하면 저비용 AI라는 우리나라만의 특장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산학연 관계자들은 정부의 기대를 실현하기 위해 양자 생태계 확산을 위한 협력 모델 구축과 인재 양성 등에 힘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함재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양자정보응용연구센터장은 "양자와 AI의 핵심은 결국 소프트웨어 기술에 있다"며 기업이나 연구자들이 양자컴퓨터를 마음껏 활용해볼 수 있는 '놀이터'와 같은 인프라 제공이 정부의 중요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인재 확보와 관련해서는 산업계는 '인재 부족'을 호소하고, 핵심 인재가 돼야 할 학생들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는 딜레마가 확인됐다.
중성원자 양자컴퓨팅 분야 석학인 안재욱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는 "산업 쪽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분명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양자 등 산업계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듯하다. 그러다보니 우수 인력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구 차관 또한 인재 확보와 관련한 이같은 딜레마를 인정하면서 실제 산업 현장이 고급 인재를 제대로 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풀스택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큐에라'의 창업멤버이기도 한 김동규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는 "일각에서는 양자 기술이 장기적이지 않고 정권이 바뀌면 휘둘리는 등 한시적인 영역이라는 견해도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교수는 "정부가 추후 방향 정도를 바꿀 순 있겠지만 정권과 무관하게 지속될 수 있도록 롱텀(장기) 프로젝트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장 일본은 거의 50년짜리 계획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구 차관은 "양자는 다양한 기술 정책들의 순위를 매겨보면 가장 앞에 있다"면서도 "국민들이 필요성을 체감하고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양자-AI 결합의 유용성을 학계나 연구계, 산업계에서도 보다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거듭 강조헀다.
이어 "우리나라가 양자-AI를 통해 주요 산업의 AI 전환에 성공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대학·기업·연구소 등 모든 관계자분들의 관심과 헌신, 협력이 필요하다. 과기정통부도 현장의 의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양자과학기술 발전과 산업화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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