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 언급한 대장동 재판부…李대통령 공모 여부는 판단 안 했다

뉴스1       2025.11.04 15:04   수정 : 2025.11.04 15:04기사원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 (공동취재) 2023.2.1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대장동 개발 비리 1심 재판부가 이재명 대통령을 '성남시 수뇌부'로 언급하면서도 배임 공모 여부에 관해선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등의 판결문에서 이 대통령을 400여 차례 언급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사업 공모 공고 이전에 이미 김 씨·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업자들을 대장동 사업 시행자로 사실상 내정했다고 판단했다.

성남도개공 설립과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선 과정 등에서 이뤄진 민간업자들의 조력이 그 계기가 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은 임기 내 1공단 공원화 착수 등을 위해 신속한 사업 진행이 필요한 상황에서 2014년 7~8월경 민간업자들이 수용 방식에 의한 사업 진행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 방식을 결정하고 유동규에게 '수용 방식으로 신속히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짚었다.

이어 "그리고 유동규·정진상은 공사 설립과 위례 개발사업 성사,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크게 기여했던 점과 그간 지속해서 사업권 부여를 약속했던 점 등을 고려해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민간업자들을 수용 방식 결정에 따른 공모 절차에서 선정될 민간사업자로 사실상 내정했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 등 성남시 수뇌부가 민간업자들의 '조력'을 전달받아 알고 있었다는 점도 명시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 등 성남시 수뇌부는 유동규로부터 민간업자들이 환지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자신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사실과 김만배가 남욱·정영학을 돕는 사실, 민간업자들이 이 대통령의 시장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때 유 전 본부장의 역할은 이 대통령·정 전 실장과 민간업자들 사이의 '중간관리자'로 봤다. 다만 성남시 수뇌부의 역할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동규가 주요 결정을 모두 독단적으로 지시했다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성남시 수뇌부와 민간업자들 사이에서 서로 의사를 전달·조율하는 중간관리자 역할을 주로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유동규가 단순히 성남시 수뇌부의 의사를 전달하는 사자(使者) 역할만 하는 데 그친 것은 결코 아니었다"며 "오히려 민간업자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도록 하고 사업협약을 통해 확정 이익 방침이 최종 확정되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등 대장동 사업의 실질적 책임자로서 중요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정 전 실장을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표현하면서 민간업자와의 유착관계 형성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성남시 공무원들은 정진상 말을 곧 이 대통령의 말이라고 여길 정도로 둘 사이가 매우 친밀한 관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민간업자들 또한 정진상이 이 대통령 측근으로 성남시 유력인사라는 점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장동 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정진상에게 접대하는 등 유착관계를 형성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 사이의 금품·접대 사실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은) 유동규·정진상 등과 민간업자들의 유착관계가 어느 정도로 형성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 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물론 민간업자들이 공사 설립이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사실은 보고받아 알았을 것으로 보이나 유동규·정진상과 달리 수용 방식 결정 무렵까지 민간업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의 배임 범행 공모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겠다는 단서도 달았다.

재판부는 판결문 서두의 각주에서 "두 사람의 특경법상 배임 사건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고, 이 대통령은 이 재판에 출석해 증언한 사실이 없으며 정 전 실장은 증언거부권을 행사해 그 가담 여부에 관한 실체 파악에 일부 제한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재판을 통해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의 형사 책임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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