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면역세포 폭주' 제어 스위치 규명
뉴스1
2025.11.05 08:39
수정 : 2025.11.05 08:39기사원문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신의철·박수형 교수 연구팀이 충남대 의대 은혁수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면역세포(킬러 T세포)의 비특이적 활성화가 일어나는 분자적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고 5일 밝혔다.
킬러 T세포(CD8+ T세포)는 감염된 세포만 선별적으로 제거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지만, 반응이 과도해지면 감염되지 않은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염증과 조직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과잉 면역 반응'은 중증 바이러스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여러 사이토카인 중 '인터류킨-15(IL-15)'에 주목했다. IL-15는 킬러 T세포를 비정상적으로 흥분시켜 감염되지 않은 세포까지 공격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바이러스 감염 등 항원 자극이 있을 때는 이러한 과잉 반응을 억제함을 밝혀냈다.
억제 작용은 세포 내 칼슘 농도 변화와 칼시뉴린 단백질 작동을 촉진하고, 이 신호가 NFAT 조절 단백질을 움직여 킬러 T세포의 행동을 제어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발견됐다. IL-15 신호에 의해 활성화되는 세포 내부의 칼시뉴린–NFAT 경로가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연구팀은 일부 면역억제제가 칼시뉴린 경로를 차단해 면역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특정 상황에서는 IL-15에 의한 킬러 T세포의 과도한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면역억제제의 작용이 모두 동일하지 않으며, 환자의 면역 반응 양상에 따라 약제를 신중히 선택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 분석을 통해 IL-15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킬러 T세포에서만 증가하는 유전자 세트(마커)를 찾아냈다. 해당 마커가 질병 진단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신 교수는 "우리 몸의 킬러 T세포는 단순한 방어자가 아니라 염증 환경에 따라 비특이적 공격자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이러한 비정상적인 활성화를 정밀하게 조절하면 난치성 면역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면역학(Immunit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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