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 '지지리골 맨발걷기 숲길조성 사업' 적법성 논란

황톳길·화장실·세족장 ‘불법 시설물’ 논란 산림청 “철거 후 재협의” vs 태백시 “문제 없다”

태백시 문곡소도동에 조성한 지지리골 활토 숲길 모습. 산림청 승인 없이 황토를 깔고 세족장을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태백=뉴시스]홍춘봉 기자 = 강원 태백시가 산림청과 협의 없이 국유지 내에 황토숲길과 화장실, 세족장 등을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행정 절차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태백시에 따르면 시는 2024년 시의회에서 태백시 문곡소도동 속칭 지지리골 구 함태탄광 운탄도로 1.84㎞ 가운데 520m 구간에 1억8700만원을 들여 지난해 5월 ‘지지리골 맨발걷기 숲길’을 조성했다.

이어 시는 지난 8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2026년 1월부터 9월까지 2억5000만원을 추가 투입해 황토숲길을 연장하고 주차장 확장 등 편의시설 확충까지 밝혔다.

확장 구간은 함태광업소를 지나 태백산 입구까지 이어지는 운탄로 830m를 폭 3m 규모의 황톳길과 세족장·족욕탕 등 편의시설 조성계획을 이상호 시장이 현장을 방문해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지지리골 맨발걷기 황토 숲길 조성에 시의회에서 7000만원의 사업비를 승인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열린 태백시의회 의원간담회에서 산림청과의 협의 절차가 생략된 채 사업이 진행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고재창 시의장은 “당시 시의회가 7000만원의 예산을 승인해준 것은 법적 절차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산림청 승인 없이 설치됐다면 명백히 불법 시설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태백시는 “시민 건강과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공익사업으로 불법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지리골 황토 숲길은 주민이 사랑하는 힐링 명소로, 국유지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 정비한 것”이라며 “산림청에서 협의가 없었다며 세족장과 화장실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협의를 통해 해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태백시 문곡소도동 지지리골 황토숲길에 설치한 세족장.(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태백국유림 관계자는 “국유지 내에서는 기존 운탄로를 이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토질 변경이나 편의시설 설치는 반드시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현재 설치된 황토와 시설물을 철거한 뒤 재협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지리골 황토숲길에 산림청 승인을 받지 않고 설치한 황톳길과 세족장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전 협의 없이 진행한 태백시의 행정절차에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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