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된 차 사고, 언젠가 현실이 될수도"…車 사이버보안 현장

뉴시스       2025.12.07 11:00   수정 : 2025.12.07 11:00기사원문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현장 8월 자동차 사이버보안 인증제도 도입 배터리 시험 통해 화재 안전성 검증도 K-City 3단계 고도화…'레벨4' 자율차 대비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일직선으로 가던 차체가 좌우로 요동치기 시작한다. 운전석을 비추는 화면에는 운전자가 손을 뗀 상태에서 핸들이 제멋대로 휙휙 꺾이는 장면이 생중계된다. 시험 차량이 안전장치에 결박되지 않은 채 주행 중이었다면 아찔한 사고로 이어졌을 순간이다.

한승희 한국교통안전공단(TS) 커넥티드카연구처 선임연구원은 "무선으로 차선을 이탈했다는 경고 신호를 보내면 조향이 마음대로 전환되는 해킹 테스트를 한 것"이라며 "커넥티드카뿐 아니라 일반적인 차량도 통신 라인을 따는 장치를 연결해 공격 신호를 주입하면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외부 인터페이스 해킹하자…손 안 대도 핸들 휙휙

뉴시스를 비롯한 취재진은 지난 5일 경기 화성시 TS 자동차안전연구원 내 위치한 사이버보안센터를 찾아 자동차 사이버보안 관리 체계를 살펴봤다.

지난달 준공된 사이버보안센터는 자동차와 ICT기술 융합한 커넥티드카 저변이 확대됨에 따라 자동차 사이버 보안 인프라와 장비를 테스트해 해킹 등 사이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구축됐다. 센터 내에는 사이버보안 모니터링실, 시험평가실 등이 있다.

센터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알려진 사이버 보안 취약점을 뜻하는 '차량 사이버 공격요소'(CVE)는 최근 5년간 89.1% 증가했다. 자동차 관련 사이버 보안사고도 2023년 295건에서 지난해 409건으로 39% 늘어나는 등 자동차의 연결성이 높아질수록 사이버 보안 위협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자동차 사이버보안 인증제도(CSMS)를 도입하고, 현대차, 벤츠, BMW, 테슬라 등 국내 차량을 판매하는 모든 제작사가 인증을 통과하도록 하고 있다.

[화성=뉴시스] 정진형 기자 = 지난 5일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TS) 자동차안전연구원 사이버보안센터에서 한승희 커넥티드카연구처 선임연구원이 사이버보안센터 시험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12.07. formatio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차량 해킹 시연은 해커가 원격 또는 장치를 연결해 외부 인터페이스 장악한 후 원격으로 차량 제어기능을 조작하는 상황을 가정해 연출됐다. 시험평가실은 외부 전파를 차단하는 차폐 구조로, 차량을 단단히 결박한 상태에서 동력계 위에서 시속 100㎞까지 달리는 조건을 조성할 수 있다.

센터 관계자는 "SKT 등 통신사 서버 해킹부터, 최근 쿠팡 정보 유출이 잇따르자 자동차 회사들도 사이버 보안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실제 운행하는 차량을 해킹 공격해 탑승자가 다친 사례는 아직 없지만 언젠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이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시험…발화 자동 감지·신고 구현

사이버보안센터 외에도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선 다양한 실내시험시설을 갖추고 차량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평가를 진행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구동 축전지) 안전성 시험실에서는 ▲열충격 ▲연소 ▲단락 ▲과충전방전 ▲과열방지 ▲낙하 ▲침수 ▲진동 등 다양한 외부 스트레스 조건에서 배터리 안전성을 검증했다.

취재진 눈 앞에서 재생된 시험 영상에선 배터리가 물에 빠진 뒤 불꽃이 튀고 연기가 피어오르다 이내 불이 붙는 장면이 나왔다.

문보현 책임연구원은 "지금 같은 경우는 액중 투입, 침수 시험으로, 이 평가를 거쳐 배터리 기능을 개선해 수년 전 제부도에서 전기차가 바다에 빠졌을 때도 불이 나지 않을 수 있었다"며 "현재 도로에서 발생하는 배터리 자체 착화에 대한 안전성 시험을 개발해 2027년 국제 기준 시행과 함께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를 계기로 자동차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능동안전 보호기능 평가를 신설했다.

전기차 화재 사고의 70%를 차지하는 주차 중 열폭주를 상시 모니터링하다 화재 징후를 감지하면 운전자나 소방서에 신고하는 시스템을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에 신설한 것이다. 지난 4월부터는 소방청, 현대차, 기아차, BMW코리아 등과 손잡고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문 연구원은 "지난달 제주도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 조기 경보 체계가 작동해 불이 나기 전 차량을 지상으로 옮겨 침수시켜 골든타임을 확보했다"며 "주차 중 발화가 발생하는 것을 스스로 감지해 소방에 신고하는 기능이 탑재된 차량이 내년에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에너지 소비효율(연비) ▲전기차 구동전동기(모터) 출력 시험도 실내에 마련된 시설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내연기관 차량과 마찬가지로 전기차도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제작사 제시값 대비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각각 -5% 이내로 관리하도록 사후 기준을 마련하고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화성=뉴시스] 정진형 기자 = 지난 4일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TS) 자율주행실험도시(K-City) 기상환경재현시설을 자율주행차가 통과하고 있다. 2025.12.07. formatio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 K-City…안개·폭우 다양한 환경

국내 최대 규모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인 자율주행실험도시(K-City)에선 시험 중인 개발사들의 자율주행차가 달리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K-City는 2018년 구축된 뒤 지난달 3단계 고도화를 마쳤다. 이를 통해 운전자 개입 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4' 자율주행차 출시와 대중교통 도입에 맞춰 각종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K-City 내에는 자율주행차 주행을 전체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관제센터를 비롯해 고가도로부터 주차시설, 램프, 회전도로 등 다양한 환경에서 차랴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특히 왕복 4차선 도로 위에 총길이 300m 길이의 터널형 실험 공간인 기상환경재현시설에선 강수, 안개 등의 상황도 조성할 수 있다.

이상현 K-City연구처 선임연구원은 "기상환경재현시설에서는 포그 오일 분사를 통해 시정거리 30m의 안개 상황, 5~60㎜의 비가 내리는 악천후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 센서에 노이즈가 발생하는 것을 개선하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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