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서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아요"…전주서 안중근 친필유묵 첫 공개
뉴스1
2025.12.07 14:16
수정 : 2025.12.07 14:16기사원문
(전주=뉴스1) 문채연 기자 = "진짜 안중근 의사가 직접 쓴 글씨야?"
광복 80주년과 안중근 의사 순국 115주년을 맞아 마련된 '대한국인 안중근 쓰다' 특별전 전시장은 추위를 피해 모여든 관람객들로 아침부터 활기를 띠었다.
안중근 의사의 생애와 순국 과정을 따라가는 이번 전시는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아이의 손을 잡은 부부부터,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 등 다양한 모습의 관람객이 전시실을 채웠다.
어린이 관람객들은 영상 전시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하얼빈 의거와 재판 투쟁 현장을 영상으로 재구성한 '평화와 정의의 울림'·'뤼순에서의 외침'이 상영되는 벽 앞에는 아이들이 모여들어 눈을 빛냈다. 일부 보호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들의 귀에 설명을 속삭여주며 관람을 도왔다.
대전에서 왔다는 김석진 씨(40대)는 "작년에 광화문에서 전시를 보고 감명받아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왔다"며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게 훨씬 와닿는다고 생각한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면 이런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주까지 온 만큼 식사도 하고 여유롭게 즐기다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를 우연히 찾았다는 이 모 씨(20대)는 "다른 전시를 보러 왔다가 특별기획전을 발견해 바로 들어왔다"며 "무료인데도 전시 구성이 잘 정돈돼 있다. 멀리서 사는 사람들도 찾아볼 만큼 가치 있는 전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전시는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 기록과 함께 의거 후 투옥될 당시 작성한 유서도 공개됐다. 부인·어머니와 천주교 신부·주교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의 내용이 손 글씨 그대로 공개됐다. 또 뤼순 감옥에서 쓴 친필유묵 7점도 전시됐다.
유서와 유묵 앞에서 한참을 머무른 이 모 씨(50대)는 "죽음을 앞두고 감옥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글씨에서 흔들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며 "후세에 이렇게 기억될 것을 몰랐을 텐데 본분을 잊지 않고 일필휘지로 본인의 생각을 남기고, 신념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인 점을 존경한다"며 감탄사를 흘렸다.
이어 "한국에서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이렇게 세세하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은 드물다. 무료 전시인 만큼 많은 사람이 와서 봤으면 한다"고 했다.
'대한국인 안중근 쓰다' 특별기획전은 내년 3월 8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는 안중근 의사의 친필 글씨를 중심으로 그의 치열한 삶과 의연한 순국, 깊은 신앙을 시간순으로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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