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두고 '혼란'

뉴스1       2025.12.09 11:34   수정 : 2025.12.09 11:34기사원문

지난 4일 옥천군청 앞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업사업 추가 선정을 축하하는 범군민 대회가 열리고 있다. (옥천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뉴스1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 선정 결과 발표하는 박성우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국장.(자료사진)/뉴스1


지난 8일 송인헌 괴산군수가 민생안정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괴산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보은·옥천·영동=뉴스1) 장인수 기자 = 정부가 소멸위기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에 선정된 지자체들이 크게 반기면서도 후속 조치 마련에 속앓이하고 있다.

재원 조달과 위장 전입, 왜곡 예산 배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탓이다. 사업에 탈락한 지자체들도 민심 달래기 방안 찾기에 애태우고 있다.

추가 3곳 포함 전국 지자체 10곳 선정…매월 15만원 지급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월 이 사업의 처음 대상지로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7곳을 선정했다.

옥천군은 충북에서 유일하게 1차 관문을 통과한 뒤 최종 심사에서 탈락했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충북 홀대론' 등이 제기됐다.

이후 농식품부는 내년도 관련 예산 증액 등을 거쳐 지난 2일 옥천군과 전북 장수, 전남 곡성 3곳을 대상지로 추가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주민에 월 15만 원씩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사업으로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것이다.

중앙정부가 전체 사업 예산의 40%를 국비로 보조하면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나머지 60%를 부담한다.

옥천군 추가 선정 후 사흘간 232명 전입…초과 인원 재원 마련은

전남 신안군의 인구가 지난 10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지 한 달만에 1000명 넘게 증가했다.

지난 10월 31일 기준 신안군의 인구는 3만 990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 기준 3만 8883명에서 1020명 증가한 수치다.

신안군은 농림축산식품부에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신청할 당시 내년 사업적용 계획인구를 3만 9816명으로 산정하고 사업비를 확정받았다.

신안군은 처음 사업 대상자로 계획했던 인원을 초과하면서 기본소득위원회 논의를 거쳐 지급방식 등을 다시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옥천군의 경우 지난 3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 지정 뒤 사흘 동안 232명이 전입했다.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전입 인원(8.4명)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30일 기준 옥천군 인구는 4만 8409명이다.

옥천군은 시범사업 첫해(2026년) 필요한 예산으로 국비 347억 원(40%), 도비 265억 원(30%), 군비 265억 원(30%)을 합친 874억 원으로 추정했다.

주민등록인구(30일 이상 등록 기준)를 4만 8261명으로 추정하고 계산한 액수인데, 인구증가 등 변수를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다.

옥천군은 거주지는 그대로 두고 주소만 옮기는 '위장 전입'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읍면별 전담 공무원의 현지 조사를 강화하고, 마을 이장 등으로 기본소득위원회를 꾸려 실제 이사 여부를 지속해서 확인할 방침이다.

경남도의회 내년도 매칭 예산안 제동…충북도의회는?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는 최근 남해군 농어촌기본소득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경남도의회는 지난 3일 농정국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인구 유입 풍선효과 우려 △타 시군과 형평성 문제 △지방비 부담 과중 등의 이유로 도비 126억 36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전체 예산은 702억 원으로 정부 280억 8000만 원(40%)·도비 126억 3600만 원(18%)·군비 294억 8400만 원(42%)으로 구분돼 있다. 매칭 사업 특성상 도비가 포함되지 않으면 국비 지원도 불가능하다.

이 예산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면 이달 10일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심사에 오른다. 예산 편성 여부는 16일 열리는 도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한다.

옥천군은 충북도의회, 충북도와 원만한 협의를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그 결과는 장담하기 이른 상황이다.

옥천이 지역구인 충북도의회 유재목 의원은 지난 1일 430회 정례회 5차 산업경제위원회의 2026 농정국 예산안 심사에서 농어촌 지원사업 매칭비율 상향(도비 18%→30%)에 대한 충북도의 사전 준비 상황을 점검하며 철저한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충북 농정국이 책임감을 갖고 변화하는 정부 재정 기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도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농어촌 소득개발사업 분담 비율 상향을 우려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옥천군 재정안정화기금 90억원…내년 예산 전면 재검토 불가피

사업을 진행하는 2026~2027년 2년간 추정 사업비는 약 1750억 원으로 옥천군 분담액은 최소 530억 원이다. 옥천군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재정안정화기금은 약 90억 원에 불과하다.

옥천군은 자체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유사·중복·관행적 사업은 과감하게 조정할 방침이다.

한 달 전부터 가동한 태스크포스(TF)가 세운 예산확보 방안을 토대로 예산 운영 전반에 대해 재검토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우선 부서별 절감 목표액을 설정한 후 '유보액'을 확보하고, 1회 추경 때 군비로 재편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탈락한 지자체 박탈감 커져…괴산군 민생안정지원금 50만원 지급

이 사업 1차 심사에서 탈락한 보은군과 영동군, 괴산군 지역민들은 "그동안 뭐했냐" 식의 쓴소리를 지자체에 쏟아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보은군수)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A 씨는 기고문을 통해 "옥천군의 중앙정부 공략 전략 전술이 승패를 갈랐다"며 "보은군은 비슷한 조건에서 맥없이 주저 앉았다"고 꼬집었다.

지역사회 단체장을 역임했던 B 씨(영동읍)는 한 대화방에 "옥천군보다 영동군이 인구 감소세가 더 심한데도 탈락한 것은 준비 부족과 전략 부재에 따른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 뒤 "인구 감소세 심화와 경쟁력 약화가 우려스럽다"라는 글을 남겼다.

탈락한 지자체들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추진 과정에서 위장 전입 급증, 예산 왜곡, 재원 확보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 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면서 심상치 않은 지역민 민심을 달래기 위한 민생안정지원금 지급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괴산군은 내년 1월부터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한다. 괴산군은 180억원을 들여 군민 1인당 50만원씩 괴산사랑카드 충전 방식으로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농어촌 소득개발사업 탈락에 따른 민심 달래기용으로 받아들여진다. 보은군과 영동군도 민생안정지원금 지급에 가세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익명이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실효성 여부를 떠나 추가 선정된 인근 옥천군을 부러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며 "다소나마 군민들의 생활 안정에 보탬을 주는 방안 찾기에 애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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