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신용 총량 같아도 기업에 더 빌려줄수록 성장률 오른다"

뉴스1       2025.12.09 14:50   수정 : 2025.12.09 14:50기사원문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2017.12.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민간신용 규모가 동일하더라도, 그 구성에서 생산 부문인 기업으로 배분된 신용 비중이 높을수록 장기 성장률이 뚜렷하게 개선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대로 가계·부동산 등 비생산 부문으로 신용이 쏠릴수록 장기 성장률에는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 소속 황인도 실장·장훈 과장·김우석 조사역은 이같은 내용의 'BOK 이슈노트: 생산 부문으로의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 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한은이 국제 패널데이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비생산 부문에서 생산 부문으로 신용을 10%p 재배분할 경우 장기 성장률은 약 0.2%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용 총량을 늘리지 않고도 '신용 배분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 성장력을 끌어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특히 중소기업·고생산성 기업으로 신용이 배분되는 경우 성장효과가 한층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는 가계신용 확대는 성장에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이지만, 기업신용은 투자·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는 기존 실증연구와도 맥을 같이한다.

선행 연구에서도 GDP에서 기업신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성장률이 상승하는 반면, 가계신용은 단기적으로 소비를 늘릴 수 있어도 중기·장기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민간신용 중 기업신용 비중이 꾸준히 하락해 왔고, 해외 주요국 대비도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반면 가계신용은 국내총생산(GDP)의 90.1%(2024년 말 기준)에 달해 △미국 69.2% △영국 76.3% △일본 65.1% 등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민간신용을 용도 기준으로 나눠 보면 이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전체 민간신용의 49.7%에 해당하는 1932조 5000억 원이 부동산 부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금 절반이 부동산에 묶여 있으면서 기업의 생산적 투자로 이어지는 신용은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구조다.

가계·부동산 부문으로 자금이 과도하게 몰린 구조가 고착되면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잠재성장률 둔화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비생산적 부문으로의 신용 집중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낮춰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며 "자금 흐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신용공급 측면의 인센티브 조정, 중소·신생기업의 사업성과 기술력에 대한 평가 인프라 구축, 자본 투자 및 벤처 캐피탈 활성화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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