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좀 잊으라고 혼내주세요"…中 청년들, 돈 내고 듣는 '연애 잔소리'

파이낸셜뉴스       2026.05.23 06:40   수정 : 2026.05.23 06: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연애 고민을 털어놓고 모르는 사람에게 일부러 꾸중을 듣는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연애에 지나치게 빠져 판단력을 잃었다는 뜻의 이른바 '연애뇌'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수요가 돈을 주고 사는 상담, 라이브 방송, 온라인 통화 서비스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 '연애뇌 꾸짖기' 서비스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연애 문제로 고민하는 이용자가 자신의 사연을 말하면, 진행자나 상담자가 위로 대신 강한 말투로 현실을 짚어주는 방식이다.

위로보다 독한 말 찾는 청년들


SCMP에 따르면 한 라이브 방송에서는 학력과 경제적 조건이 좋은 여성이 자신보다 10살 많은 남성을 좋아하지만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방송 진행자는 여성을 위로하기보다 그의 태도와 관계 인식을 강하게 지적했다.

중국 온라인에서 '연애뇌'는 사랑에 몰입해 현실 판단이 흐려진 상태를 뜻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일부 청년들은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의 조언보다 낯선 사람의 직설적인 말을 찾고 있다. 겉으로는 공개 망신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용자들은 이를 감정 정리나 관계 단절의 계기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 분야에서 알려진 인플루언서 타오자이는 거친 말투로 약 200만명의 팔로어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유료 회원에게 라이브 방송 참여 우선권과 1대1 문자 상담 등을 제공한다. 1년 회원권은 1800위안(한화 약 34만원) 수준이다.

30분 꾸중에 60위안


관련 서비스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도 번졌다. SCMP는 중국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 '연애뇌 꾸짖기' 상품이 팔리고 있으며, 일부 판매자는 월 3000건 넘는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도 전문 심리상담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한 온라인 상점에서는 30분 통화 서비스가 60위안(한화 약 1만1000원)에 판매됐다. 중국 대도시의 오프라인 심리상담 비용은 시간당 500위안에서 2000위안, 한화로 약 9만5000원에서 38만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한 이용자는 이 서비스를 받은 뒤 전 연인을 잊는 데 도움이 됐다는 취지의 후기를 남겼다. 다만 이런 서비스가 실제 상담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감정도 상품이 된 시장


이 같은 흐름은 중국에서 커지는 일종의 '감정 경제'와도 연결된다. 인민일보가 인용한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감정 경제 시장 규모는 2024년 2조3000억위안(한화 약 437조원)에 이르렀고, 2029년에는 4조5000억위안(한화 약 855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감정 소비는 장난감, 캐릭터 상품, 가상 연인, 온라인 대화 서비스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용자는 물건의 실용성뿐 아니라 외로움 해소, 위로, 대리 만족 같은 감정적 보상을 함께 산다.

우한과학기술대 사회복지학 교수이자 심리상담사인 장융은 SCMP 인터뷰에서 부정적 감정이 클 때는 스스로를 돌아보기 어려워 강한 외부 피드백이 자기 인식을 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격과 관리가 부족한 상담자가 잘못된 연애관을 퍼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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