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만 보내고 싶어요"…무빈소 장례의 '조용한 작별', 슬픔은 똑같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5.24 06:00
수정 : 2026.05.24 07:43기사원문
[고인과의 마지막 시간, 가족장 택하는 사람들]
비용·조문 부담에 무빈소 장례 치러도 입관·발인은 그대로
무빈소 택했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 다시 빈소 차리기도
장례식장은 고인을 보내는 사람들의 시간이 머무는 곳입니다. 빈소를 차릴지, 무빈소로 가족끼리 조용히 보낼지, 마지막 모습을 볼지 말지까지 유족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 곁에서 절차를 챙기고 고인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장례지도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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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무빈소라고 해서 장례 절차가 줄어드는 건 아니에요."
장례 비용 부담과 달라진 조문 문화, 가족관계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장례 방식도 바뀌고 있다.가족과 가까운 사람들만 함께 고인을 보내려는 유족도 늘었다. 다만 빈소를 줄인다고 추모의 무게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고인을 모시고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는 일은 그대로 남고, 장례지도사는 그 시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절차를 챙긴다.
'조용한 장례'에도 추모하는 마음·절차는 그대로
무빈소 장례는 조문객을 받지 않거나 빈소 운영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가족끼리 조용히 고인을 보내고 싶어 하거나, 조문객이 많지 않은 경우 이를 선택하는 유족들이 있다. 최 씨는 "가족끼리만 하고 싶고, 정말 추모하는 분들만 오셔서 입관 때 인사만 드리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장례 현장에서는 마음을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처음에는 무빈소를 택했다가도, 장례식장 안치실에 고인만 모셔둔 채 집으로 돌아서는 일을 어려워하는 유족들이 있다는 것이다.
최 씨는 "부모님만 모셔놓고 집에 가기가 마음에 걸리는 분들이 있다"며 "무빈소를 하겠다고 했다가 빈소를 설치하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그는 "어르신 세대는 '그래도 빈소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젊은 세대는 가족 중심의 장례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편"이라고도 했다.
사망자 수가 늘면서 장례를 준비해야 하는 가족도 함께 늘고 있다. 통계청이 2025년 2월 발표한 '2024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사망자 수는 35만8400명으로 전년보다 5800명 늘었다. 장례 현장에서 유족이 짧은 시간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도 그만큼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장례를 치르는 방식은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가족 규모는 작아졌고, 친척과 지인에게 부고를 널리 알리는 문화도 예전만큼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직장 동료나 지인에게 폭넓게 부고를 알리기보다 가까운 가족과 일부 지인에게만 소식을 전하는 경우도 있다. 며칠 동안 장례식장을 지켜야 하는 부담을 크게 느끼는 유족도 적지 않다.
이런 흐름 속에서 빈소를 크게 차리기보다 가족 중심으로 조용히 고인을 보내려는 선택이 나온다. 다만 조문객을 많이 받지 않아도 고인을 모시는 일은 남는다. 입관과 발인, 화장장 일정도 그대로 맞춰야 한다. 무빈소 장례는 장례가 사라지는 방식이 아니라, 조문을 받고 고인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진 결과에 가깝다.
빈소 규모로 판단할 수 없는 장례
장례식장에서는 빈소의 크기와 조문객 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문상객이 끊이지 않는 빈소도 있고, 가족 몇 명만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빈소도 있다. 빈소를 아예 차리지 않거나, 입관과 발인 때만 가까운 사람들이 모이는 장례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규모는 다르지만 장례지도사에게 중요한 기준은 따로 있다. 조문객이 얼마나 왔는지가 아니라, 유족이 원하는 방식대로 고인을 보내는 절차가 차분히 진행되는지다.
최 씨는 조문객이 적은 장례를 두고 좋고 나쁨을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장례의 방식은 가족관계와 경제적 사정, 고인의 생전 뜻, 유족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상주님과 유가족분들이 원하시는 대로 장례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빈소 장례가 늘면서 장례 방식에 대한 오해도 생긴다. 빈소를 차리지 않는 장례를 조문객이 적은 장례나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와 비슷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각각의 성격은 다르다. 무빈소 장례는 유족이 빈소 운영을 하지 않거나 조문을 최소화하기로 선택한 경우가 많다. 반면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는 고인을 인도할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
최 씨는 "무연고는 시나 도청에서 진행하고, 협약된 곳에서 맡는다"고 설명했다. 유족이 선택하는 무빈소 장례와 공적 절차로 진행되는 무연고 장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빈소가 없다고 해서 모두 같은 장례로 묶어 볼 수 없는 이유다.
장례지도사의 일도 빈소 안내에 그치지 않는다. 유족을 맞이하고 조문 절차를 설명하는 일은 장례의 한 부분일 뿐이다. 고인을 모시는 일부터 염습과 입관 준비, 발인 절차, 화장장 이동까지 장례의 흐름을 끝까지 챙겨야 한다. 빈소를 운영하지 않는 장례에서도 이 과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조문이 줄어든 장례일수록 유족이 고인과 마주하는 시간은 더 또렷하게 남을 수 있다.
장례지도사의 일은 유족 앞에서 차분하게 절차를 안내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인을 안전하고 정중하게 모시는 일이기도 하다.
고인 마지막 모습을 볼지 말지 안내하는 일
고인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더 조심스러운 판단이 필요하다. 부패가 진행됐거나 사고로 숨진 경우, 유족이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어 해도 장례지도사는 쉽게 권하지 않는다. 마지막 인사는 유족에게 중요한 시간이지만, 그 장면이 오래 남는 기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마지막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을 때는 굳이 보시기보다 생전의 좋은 기억만 가져가시라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고인을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과, 유족이 이후에도 감당해야 할 기억 사이에서 신중하게 안내한다는 뜻이다.
최 씨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장례는 아이의 장례다. 그는 "아들 또래 아이 장례가 있었다"며 "수술을 여러 번 했던 아이였는데, 그때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입관식에서는 유족 앞에서 되도록 감정을 누르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고 했다.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죽음뿐 아니라 유족의 슬픔 가까이에서 일한다. 장례 일정에 맞춰 움직이고, 입관과 발인까지 이어지는 시간 동안 유족의 감정을 마주한다. 빈소가 있든 없든, 장례의 방식이 간소해졌든 아니든 그 슬픔의 무게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최 씨는 "멘탈을 챙겨야 한다"며 "우울감 때문에 그만두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사흘 동안 이어지는 장례 절차는 유족에게만 힘든 시간이 아니다. 곁에서 절차를 안내하고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는 장례지도사에게도 감정을 다잡아야 하는 시간이다.
"장례가 추억이 됐다"는 말
최 씨가 이 일을 시작한 계기는 지인의 권유였다. 처음부터 장례지도사를 꿈꾼 것은 아니었지만, 일을 하며 남은 말들이 있었다. 잘 모셔드린 뒤 유족에게 감사 인사를 들을 때, 과거 장례를 지켜본 친지나 지인이 다시 찾아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가장 오래 남은 말은 "장례가 추억이 되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였다. 최 씨는 "처음에는 장례가 어떻게 추억이 될 수 있지 생각했다"며 "그분들 입장에서는 하나하나가 감동이었고, 보내드리는 과정 자체를 추억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례는 누군가의 죽음을 정리하는 절차이지만, 유족에게는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빈소가 있든 없든, 조문객이 많든 적든 장례지도사는 그 시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뒤에서 순서를 맞춘다.
최 씨는 "상주님과 유가족분들이 원하시는 대로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장의 불이 꺼지고 조문객이 떠난 뒤에도 고인을 보내는 일은 입관과 발인, 화장장으로 이어진다. 무빈소라는 말 뒤에도 누군가는 그 절차를 끝까지 붙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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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