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와 천하 양분했던 '고교 천재'의 귀환… 양창섭, 9년 만의 '1피안타 무사사구' 역투
파이낸셜뉴스
2026.05.24 18:19
수정 : 2026.05.24 18:01기사원문
덕수고 시절 황금사자기 MVP 2연패 달성… 1차 지명 외면과 프로 8년의 깊은 방황
최고 150km 강속구 102구로 사직 롯데 완벽 봉쇄… 3회 장두성 안타 제외 '무결점 피칭'
1993년 성준 이후 삼성 투수 33년 만의 '1피안타 완봉'… 사자 군단 단독 선두 굳건
[파이낸셜뉴스] 누군가에게는 잊혀가던 이름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천재의 시계는 결코 멈추지 않았고, 마침내 가장 완벽한 형태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고교 야구판을 호령했던 '천재 투수' 양창섭(27)이 프로 데뷔 9년 차에 믿기 힘든 '퍼펙트급' 완봉 역투를 펼치며 사직벌을 완벽하게 집어삼켰다.
이날 양창섭의 피칭은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대기록들의 향연이었다. KBO 역대 143번째 무사사구 완봉승이자, 역대 47번째 1피안타 완봉승이다. 삼성 소속 토종 투수의 완봉승은 2020년 9월 최지명(개명 전 최채흥) 이후 5년 8개월 만이며, 특히 '1피안타 완봉승'으로 좁히면 1993년 6월 사직 롯데전에서 성준이 기록한 이후 무려 33년 만에 나온 구단 역사의 진기록이다.
이날 사직벌의 마운드를 지배한 양창섭의 투구를 보며, 오랜 야구팬들은 자연스레 10년 전 덕수고 시절의 '초고교급 괴물'을 떠올렸다.
고교 2학년 때부터 모교의 에이스로 우뚝 섰던 양창섭은 당시 서울고 강백호와 함께 고교 야구의 천하를 양분했던 최고의 재능이었다. 147km/h의 묵직한 강속구를 뿌리며 황금사자기 역사상 역대 두 번째(첫 번째 1984~85년 광주일고 박준태) '2년 연속 대회 MVP'라는 대위업을 달성한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찬란했던 고교 시절의 후유증은 매서웠다. 작은 체구와 혹사 논란이 겹치며 1차 지명에서 외면당하는 아픔을 겪었고, 2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고교 시절의 압도적인 재능을 좀처럼 만개하지 못했다. 프로의 높은 벽과 잔부상 속에 백업과 불펜을 오가며 보낸 8년의 세월은 과거의 명성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하고 쓰라린 시간이었다.
그러나 절치부심하며 칼을 간 9년 차의 봄은 달랐다. 이날 마운드에 선 양창섭의 직구는 전성기를 훌쩍 뛰어넘는 최고 시속 150km를 찍었고, 예리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 앞에서는 롯데 강타선도 속수무책으로 배트를 헛돌렸다. 투구 수는 9회까지 단 102개. 3회말 선두타자 장두성에게 허용한 우전 안타가 아니었다면 KBO 사상 최초의 '퍼펙트게임'도 가능한 무결점의 제구력이었다.
에이스의 부활 찬가에 타선도 화끈하게 응답했다. 1회초 구자욱의 기선 제압용 투런 홈런(시즌 6호)을 시작으로 7회 3점, 8회 4점을 몰아치며 장단 10득점의 융단 폭격으로 양창섭의 어깨를 한껏 가볍게 했다. 투타의 완벽한 조화 속에 롯데와의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장식한 삼성은 시즌 28승 1무 18패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길고 길었던 9년의 터널을 지나, 덕수고 괴물이 마침내 사자 군단의 당당한 선발 에이스로 만개했다. 102구의 예술적인 투구로 증명해 낸 양창섭의 '천재성'이 2026시즌 KBO리그 판도를 흔들 새로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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