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채, 연내 블록체인 거래…'온체인 금융' 실험 가속

파이낸셜뉴스       2026.05.24 18:24   수정 : 2026.05.24 18:24기사원문
국가간 송금·결제도 '즉시정산' 가능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 탄력 받아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실증사업 확산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글로벌 금융시장 구조 변화 가능성을 키우는 가운데 일본 금융권이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을 실제 금융 인프라에 연결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거래소를 중심으로 결제와 송금, 자본시장 거래에 적용하는 실증이 잇따르면서 제도 논의를 넘어 실제 적용 단계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제도 설계와 규제 체계 정비가 중심이라면 일본은 실제 결제와 거래 환경 구축 단계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디지털 자산을 단순 투자자산이 아니라 결제와 자금 운용, 자본시장 거래를 움직이는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는 제도 정비, 금융권은 실증 확대

일본 집권 자민당은 지난 3월 '차세대 AI·온체인 금융 구상 프로젝트팀(PT)'을 출범하고 지급결제와 자본시장 거래의 온체인화 논의에 착수했다. 프로젝트팀은 AI 금융 리스크와 스테이블코인, 탈중앙화금융(DeFi), 분산형거래소(DEX), 토큰화 자산 등을 포함한 차세대 금융 구조 전반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핵심 과제는 '온체인 금융'이다. 기존 금융거래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옮겨 지급결제와 자본시장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방향이다. 금융 인프라 디지털 전환을 정부 차원에서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 금융청도 관련 실증사업 지원에 나섰다.

금융청은 지난 4월 GMO아오조라넷은행 등이 추진하는 토큰화 예금 기반 은행 간 결제 실증사업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토큰화 예금은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위에서 유통 가능한 디지털 자산 형태로 전환한 것이다.

실증에서는 서로 다른 은행 간 토큰화 예금을 정산하는 두 가지 구조를 검증한다. 은행들이 서로 예금 계좌를 보유하며 잔액을 조정하는 방식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금융청은 핀테크 실증 허브를 통해 법적 과제와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민간 금융권 움직임은 더 빠르다.

SBI증권과 다이와증권은 최근 일본 최초로 토큰화 예금을 활용한 디지털증권 결제 실증을 완료했다. 인터넷이니셔티브(IIJ) 계열 디카렛DCP의 'DCJPY 네트워크'와 부스트리의 디지털증권 플랫폼을 연계한 구조다.

양사는 SBI신세이은행 계좌를 이용해 디지털 회사채 거래를 진행했다. 블록체인상에서 증권 인도와 대금 지급을 동시에 처리하는 동시결제(DvP) 방식이다.

현재 디지털증권 거래는 일반적으로 거래 체결 이후 이틀이 지나야 최종 결제가 완료된다. 금융권에서는 즉시 결제가 가능해질 경우 투자자 자산 인도 기간 단축뿐 아니라 증권사 간 사무 처리 비용 절감, 거래 상대방 위험 감소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국채·송금까지… 금융 시스템 전반 확산

국채시장도 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대형 은행과 증권사들은 연내 일본 국채를 디지털증권 형태로 발행해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구조 구축에 나섰다. 프로젝트에는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등 3대 메가뱅크와 SBI증권, 보험사, 해외 기관 투자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디지털증권 플랫폼 '프로그맷'이 사무국을 맡고 있다.

우선 추진되는 분야는 금융기관들이 국채를 담보로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레포(Repo) 시장이다.

현재 일본 국채 거래는 거래 성립 이후 하루가 지나야 결제가 이뤄지지만 국채를 디지털 증권화하고 결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거래 당일 즉시 결제가 가능해진다.

이는 단순히 거래 속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자금 효율성과도 연결된다. 자금을 빌리는 금융기관은 당일 거래를 정리해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자금 공급자 역시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

해외 송금 분야에서도 디지털화 실험이 진행 중이다.

미쓰비시상사는 연내 미국 JP모건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예금 시스템인 '블록체인 디포지트 어카운트(BDA)'를 활용한 국제송금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 기업 가운데 첫 사례다.

이를 활용하면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등 해외 거점 간 달러 자금을 24시간 거의 실시간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미쓰비시상사는 동시에 3메가뱅크가 공동 추진 중인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국제송금 실증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일본 금융권의 관심은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 자체보다 실제 금융 기능을 어떻게 온체인화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지급결제와 증권거래, 국채시장, 국제송금까지 기존 금융 시스템 전체를 블록체인 기반 구조 위에서 다시 설계하는 흐름이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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