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세까지 갚아도 돼요"… 소상공인 빚 상환기간 '88년' 승인 사실 드러났다

파이낸셜뉴스       2026.06.09 09:45   수정 : 2026.06.09 15: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가 소상공인의 빚 상환 기간을 147세가 될 때까지 채무를 갚도록 하는 등의 특혜성 약정을 맺어온 사실이 정부 감사에서 확인됐다.

사실상 빚 탕감이나 다름없는 '특혜' 빈발


9일 뉴시스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작성한 '지역신용보증재단 및 신용보증재단중앙회' 감사보고서에서 전국 지역신보 5곳의 분할상환 허용기간 위반 사례가 113건, 34억여원 규모로 적발됐다.

중기부는 전국 지역신보 17곳과 신보중앙회를 대상으로 지난해 6월 서면자료 수집·분석에 착수해 같은 해 12월 감사 결과를 확정했다.

지역신보는 담보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에게 보증서를 발급하고, 신보중앙회는 이를 재보증해 보증사고가 나면 지역신보에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분할상환 기간 연장 기준은 재단마다 달라 서울 등 7곳은 허용기간을 2배까지 늘릴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감사 결과에 드러난 실태는 상식을 초과한다. 경기 지역신보의 경우, 채무자 A씨와 약정금액 1억여 원의 채무를 분할 상환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최장 약정기간인 16년을 무려 72년이나 초과한 '88년'의 상환 기간을 승인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계약대로라면 A씨는 147세가 될 때까지 빚을 갚아야 한다. 사실상 평생 빚 탕감이나 다름없는 비정상적 특혜다.

경기 지역신보는 채무자 재기 지원을 위해 과거부터 허용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예외적인 경우 상위 전결권자 승인을 거쳐 처리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기부 감사실은 88년에 이르는 연장 사유를 해명하지 못하고 있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외에도 강원에서는 106세까지, 충남·울산에서도 각각 106세, 121세까지 채무를 상환하도록 하는 등 한국인의 기대수명(83.7세)을 한참 뛰어넘는 해괴한 계약들이 다수 확인됐다.

이미 갚은 대출금 보증도 장부상에 그대로... 2조5000억원대


이미 소상공인이 대출금을 모두 갚아 진작 사라졌어야 할 보증을 장부상에서 지우지 않고 누락한 사실도 드러났다. '보증 미해지' 규모도 무려 2조5000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기준 신보중앙회가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던 미해지 금액은 6155억원 수준이었으나, 감사실이 실제 장부를 확인한 결과 무려 1조 9000억 원이 넘는 금액이 추가로 확인됐다.

지역신보들이 이처럼 미해지 금액을 고의 혹은 방치로 축소 보고한 배경에는 '예산 따내기'라는 꼼수가 작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보증 해지를 누락해 장부상 자금 여력이 부족한 것처럼 꾸미면, 신보중앙회로부터 더 많은 재보증 한도와 예산을 배분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지방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갔다. 예산 배분의 왜곡으로 인해 2024년 기준 수도권 지역신보의 과지급 재보증한도는 7546억 원으로, 전체의 78% 이상이 수도권에만 쏠리는 극심한 불균형을 초래했다.

중기부 감사실은 일부 은행의 자동 통지 시스템 부실과 지역신보의 업무 소홀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은행 전산 오류로 해지 통지 대상 약 140만건 가운데 130만여건만 통지됐고, 지역신보도 직접 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과정에서 14개 지역신보는 소상공인들이 돌려받아야 할 반환 보증료조차 엉터리로 계산해, 3971명의 피보증인에게 5억여 원을 환급하지 않고 떼먹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중기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관련 직원 54명에게 주의·경고를, 부실 정도가 심한 4명에게는 징계 처분를 내렸고, 기관에는 시정 30건, 개선 2건, 통보 14건의 행정 조치를 취했다.

신보중앙회 관계자는 "표준화 규정 배포와 내부 규정 정비로 부당 연장 조치를 완료했다"며 "소상공인 금융제도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도록 관리 체계를 지속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