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서 태어나 을숙도서 자란 큰고니, 한~러 왕복 비행...국내 첫 사례
파이낸셜뉴스
2026.06.09 10:03
수정 : 2026.06.09 10: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동물원에서 출생한 큰고니 한 마리가 야생 무리에 합류해 2300㎞에 달하는 철새 이동 경로를 완주하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소속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에서 야생 적응 훈련을 받은 큰고니 '여름이'가 러시아 번식지와 부산을 오가는 장거리 이동에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여름이는 지난 2023년 5월 용인에버랜드에서 태어나 같은 해 10월 부산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로 이동해 체계적인 야생 적응 훈련을 받았다.
지난해 봄 여름이는 등에 부착된 위치확인장치(GPS) 정보를 통해 울산과 북한을 거쳐 러시아 프리모르스키까지 2300㎞를 날아간 사실이 확인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놀라운 사건은 그다음 발생했다. 러시아에서 번식기를 보낸 여름이가 가을철 추위가 시작되자 지난해 10월 경북 영덕, 경산시 인근으로 내려와 겨울을 보내고, 올해 3월 다소 늦게 자신이 적응 훈련을 받았던 부산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후 여름이는 한 달 넘게 을숙도 일대에 머물며 먹이를 섭취한 뒤 지난 4월 다시 북상했고, 최근 위치 추적 결과 지난해와 같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프리모르스키 지역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동물원에서 태어난 큰고니가 야생 무리에 합류해 왕복 이주에 성공한 것은 국내 최초 사례다.
여름이의 비행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부모의 가슴 아픈 사연 때문이다. 여름이의 아빠인 '날개'는 지난 1996년 사냥꾼의 총에 맞아 다친 채 구조됐다. 영구 장애로 더 이상 날 수 없게 된 날개는 에버랜드에서 보호를 받으며 여름이를 낳았다.
비록 부모의 날개는 꺾였지만 여름이가 부모의 고향인 러시아와 한국을 잇는 1만 리 하늘길을 보란 듯이 왕복에 성공한 것이다.
조류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단순히 인공 포육 개체가 생존한 것을 넘어, 야생의 복잡한 이주 본능을 완벽히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생태학적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시 서진원 낙동강하구에코센터장은 "을숙도에서 성장한 여름이가 본래 번식지인 러시아에 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낙동강하구가 철새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안전한 보금자리인지를 증명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 최고의 서식지를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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