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거 넘어 선관위 개혁해야" 올림픽공원 집회, 대학가로 확산
파이낸셜뉴스
2026.06.09 15:21
수정 : 2026.06.09 15:31기사원문
투표용지 부족 사태 닷새째 집회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참정권 회복" 한목소리
선관위 개혁·투명한 개표 시스템 도입 촉구
12개 대학 동시다발적 시국선언도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 모인 유권자들은 20·30대 등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장 곳곳에는 투명 붙박이 투표함 도입과 수개표 전 과정 녹화·공개, 투표함 이동 없는 현장 개표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께 다소 한산했던 현장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빠르게 인파가 늘었다. 시민들은 식사도 미룬 채 구호를 외치거나 애국가를 불렀고, 소시지와 물 등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며 자리를 지켰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1만명을 기록했던 현장 인원은 오후 2시에 1만2000명으로 증가했다.
유권자들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단순 행정 착오가 아닌 선거 신뢰 문제로 받아들였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 성향보다 참정권 보장과 선거 절차의 공정성 회복을 강조했다.
연차를 내고 집회에 나온 박모씨(28)는 "투표를 하러 갔는데 투표용지가 없어 의견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았다"며 "좌우 이념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권리의 문제이기에 특검 등을 통해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 공부하던 책을 펼쳐둔 채 매일 새벽 이곳을 찾는다는 로스쿨 지망생 조모씨(29)도 "국민의 정당한 권리 요구에 정치색을 입히려는 시도는 말이 안 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진영 논리나 선관위원장의 무책임한 사퇴가 아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책임지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연인·가족의 손을 잡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송파구 주민인 A씨(29)는 "현재 이직 준비 중이고, 간호사인 여자친구는 교대근무를 마친 뒤 잠도 자지 못했지만 둘 다 정당한 권리가 침해됐다고 생각해 목소리를 내러 나왔다"고 전했다.
해외의 2030 세대들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주시하는 모습이었다. 이집트에 거주하다 소식을 듣고 귀국했다는 이모씨(31)는 "선거 과정이 깨끗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국민의 참정권이 무너져 가는 느낌을 받았다"며 "목소리를 내고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만 국적의 B씨(29)는 "대만 사람들도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관심이 많다"며 "한국에서 발생한 이번 일은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보고,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한국 유권자들을 응원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의 문제 제기는 대학가로도 번지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건국대·고려대·경희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숭실대·연세대·전남대·한국외대·홍익대 등 전국 주요 12개 대학 총학생회는 10일 오후 6시 각 대학 캠퍼스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공동 시국선언과 피켓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유권자 투표권 침해 논란을 계기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를 통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국가에 의한 기본권 침해 구제 대책 마련 △선관위 구조개혁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적 개혁 감시기구 설치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참여 대학 총학생회는 "참정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이 국가기관에 의해 침해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밝혔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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