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화짱조' 온라인까지 퍼진 경찰 공격…"2차 피해 우리가 막는다"
파이낸셜뉴스
2026.06.09 15:41
수정 : 2026.06.09 15:4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앞에 모인 유권자들의 집회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참가자 대부분이 선거 절차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이 현장 치안과 질서 유지를 위해 투입된 경찰관들을 향해 "중국 공안 아니냐", "가짜 경찰"이라고 공격하는 내용이 전해졌다.
"우리 가족만의 문제로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확산된 영상 속 경찰관의 가족이었다.
영상에는 시위 참가자 여러 명이 경찰관 1명을 에워싸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장면도 담겼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가 경찰관의 목덜미를 움켜쥐는 등 물리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경찰관의 얼굴 사진은 온라인에 그대로 공유됐고 말 그대로 '신상이 박제'되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 배우자라고 밝힌 A씨는 최근 스레드 계정을 통해 "태무 경찰, 왕따 경찰이라는 조리돌림을 넘어 공격이 가족에게까지 향하고 있다"며 악성 게시물 작성자들에 대한 소송 준비 사실을 밝혔다.
A씨는 9일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들의 행동을 '혐오 놀이'라고 단언한 뒤 "사건이 발생한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수개월, 수년 지난 것처럼 길고 무거운 시간이었다"며 "남편은 그때 일을 여전히 힘들어해 최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감사하게도 대다수 국민은 이런 일이 잘못된 걸 알고 있고 공감해 주며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익명 뒤에 숨어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도 당당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번 기회에 '혐오 놀이'가 된 그들의 행동이 뿌리 뽑혔으면 한다"고 의지를 전했다.
진행 과정도 설명했다.
A씨는 "현재까지 157개의 SNS 계정을 정리했으며, 신원이 특정된 일부 계정에 대해서는 선고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소장 작성과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스레드 계정에선 관련 영상들이 삭제되고 있다. 현재 네이버 등 각종 플랫폼에 게시된 악성 게시물과 댓글에 대한 수집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 절차에 들어가면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소송에 나서기로 결단을 내린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관심이 있을 때 움직여야만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겪으며 단순히 남편 개인에 대한 악의보다 현장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현장에는 남편 말고도 수많은 경찰관들이 있었고 그들 역시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며 부모"라며 "공권력은 언제나 감시받고 비판받을 수 있다. 다만 비판과 허위사실은 다르고, 의혹과 낙인은 다르다.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누군가를 조롱하고 가족까지 공격하는 일은 어떤 사회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번 일을 우리 가족만의 문제로 남기고 싶지 않다. 현장에서 묵묵히 공무를 수행하는 경찰관, 소방관, 군인, 그리고 수많은 공직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며 "누군가의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조롱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한 번쯤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관 보호하겠다며 경찰관 노출한 이준석도 2차 가해자"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SNS에 올린 내용도 국민신문고에 접수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민주시민'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한 민원인은 이날 파이낸셜뉴스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민원인은 "이준석 대표가 시위 현장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피해 경찰관의 얼굴과 모멸적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비식별 처리하는 등 별다른 피해방지 조치 없이 공유했다"며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피해자 보호보다 자신의 주장 전달을 우선한 것으로 읽힌다. 이는 공인으로서 '피해자 보호'에 무감각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내용을 보면 이 대표는 지난 7일 새벽 올림픽공원 집회 현장을 방문한 뒤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영상과 글을 게시했다. 당시 이 대표는 "현장에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근무 중인 경찰관들을 중국 공안으로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라고 적으며 해당 장면을 소개했다.
이어 "누군가 올린 영상을 보면 중국 공안으로 지목돼 괴롭힘을 당하던 사람이 방송에서는 '치안 영웅'으로 보도된 인물이었다"며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원인은 문제의 경찰관 얼굴과 당시 상황이 그대로 노출된 영상이 다시 확산된 점에 주목했다.
민원인은 "경찰청이 이미 해당 인원들이 대한민국 경찰관이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발표한 이후에도 동일 장면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영상을 재유통할 경우 피해가 경찰관 본인을 넘어 가족과 자녀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다"며 서울경찰청이 피해자 보호팀 개입, 심리상담 연계, 2·3차 피해 방지 대책 검토 등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이 대표 게시물에 대해서도 삭제나 비공개 전환, 비식별 처리 등 피해 확산 방지 조치를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집회 현장에서 근무 중인 해당 인원들은 모두 대한민국 경찰관"이라며 "외국 경찰, 가짜 경찰이라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는 전국 14만 경찰관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정당한 법집행을 어렵게 만든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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