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상가 넘치는데 살 집은 부족"… 29개 용도에 묶인 건축물
파이낸셜뉴스
2026.06.09 18:28
수정 : 2026.06.09 18:27기사원문
건축물 용도 29개로 획일적 분류
공급·수요 미스매칭 해소 걸림돌
일회성보단 근본적 제도 개선을
"보건위생 기준으로 나눈 낡은 법"
국토부도 용도변경 유연화에 동의
정기갱신제·일몰제 도입 필요성
9일 업계에 따르면 건축물 용도를 29개로 획일적으로 나눠 구분하고, 용도지역에 따라 건축 가능·불가능 용도를 규정한 현행 제도가 유연한 용도변경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디벨로퍼협회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KREDII)이 최근 내놓은 '건축물 용도 유연화:방향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물 용도부터 변경 절차 등이 경직돼 있다고 지적했다.
양완진 연구원은 "사회가 빠르게 변화면서 다양한 공간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제도는 실제 운용 형태와 무관하게 해당 건축물 용도에 따른 기준이 기계적으로 일괄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도심형물류캠프(MFC)의 경우 현행 법은 창고시설이다. 이에 맞는 건축 및 소방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품의 분류와 적재가 이뤄지는 임시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낡고 오래됐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물 용도를 구분한 건 매연·공해 등 보건위생 문제에서 탄생했다"며 "요즘은 레지던스와 커머셜의 엄격한 구분이 설득력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주거·상업·공업 등 용도지역에 따라 건축물 용도를 정하고 있는 현행 규정도 걸림돌이다. 용도지역에 따라 건축 가능 및 불가능 용도를 규정하고 있다.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문제를 풀려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오래된 제도로 인해 지자체마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지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 때문에 건축물 용도변경 절차도 경직될 수 밖에 없다. 용도변경이 용이해도 용도지역에 의한 허용 및 불허 규제로 인해 불가능한 경우가 나오고 있는 것이 한 사례다. 구분소유의 집건물은 용도변경 절차가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비 주거의 주거 전환을 위해 소방, 화재, 주차 기준 등을 바꾸고 입지규제를 완화하는 것 등도 결국 경직된 건축물 및 용도지역 제도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처럼 유연한 건축물 용도변경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양 연구원은 "낡고 오래된 용도분류의 정기갱신제 및 노후 용도 일몰제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포괄적 용도개념을 도입해 신산업을 수용할 수 있는 융복합 용도건축물 허용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매도청구권 제도 완화와 동 단위 정비제도 개선 등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용도변경 제도 개편이 일회성, 특정 대상에 한정돼서는 안 된다"며 "다양한 공간을 담아낼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