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퀴벌레다" 거리에서 反정부 외치는 인도 Z세대

파이낸셜뉴스       2026.06.09 18:44   수정 : 2026.06.09 18:43기사원문
취업난에 일 못구한 젊은층 겨냥
대법원장이 바퀴벌레 비유하자
분노한 청년들 '바퀴벌레당' 세워
온라인 벗어나 다양한 시위 활동
입시비리 책임 장관퇴진 요구도
"새로운 사회운동" "야당의 기획"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뉴델리(인도)=김준석 특파원·프라갸 아와사티 통신원】 "취업도 못 하고 전문직에 자리도 잡지 못한 바퀴벌레 같은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미디어나 소셜미디어가 되어 모든 사람을 공격하고 제도를 망가뜨린다."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이 지난달 15일 공개 재판 심리 중 청년 실업과 입시 비리에 항의하는 청년들과 일부 정보공개청구 활동가들을 겨냥해 이 같은 발언을 하자 인도 전역이 난리가 났다.

특히 인도의 고질적인 교육비리와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던 젊은이들을 한 데로 모으기 시작했다. 대법원장의 이같은 발언을 계기로 만들어진 가상 정당 '바퀴벌레국민당(CJP)'이 인도 사회의 새로운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칸트 대법원장의 발언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이자 청년 활동가 아비지트 딥케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CJP 공식 계정을 개설했다. 인터넷 밈(Meme) 페이지로 출발한 CJP는 바퀴벌레 문양을 활용한 풍자 콘텐츠와 기성 정치권 비판 게시물로 젊은 층의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세를 불렸다.

이날 기준 CJP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270만명으로 집권 여당인 BJP 공식 계정의 2배를 넘는다. 인도 정부는 최근 CJP의 공식 X 계정을 차단 조치하며 대응에 나섰다.

■고질적 입시 비리에 청년들 폭발

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CJP가 단기간에 영향력을 키운 배경에는 최근 잇따라 불거진 교육 비리와 청년층의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5월 실시된 국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시험(NEET-UG) 논란이다. 지난달 3일 전국 228만명의 수험생이 13만명의 합격자를 놓고 경쟁했지만 시험 직후 정답이 포함된 시험지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사 결과 사설 입시학원과 의사, 브로커들이 연루된 조직적 부정행위가 드러났고, 일부 수험생들에게 거액을 받고 시험 전날 180문항 중 135문항이 일치하는 문제지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 주관 기관인 국립시험청(NTA)은 결국 지난달 12일 시험을 취소했다.

고등학교 졸업시험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인도 중앙중등교육위원회(CBSE)는 올해 처음으로 화면 전자 채점(OSM)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답안지 배정 오류와 채점 누락, 저화질 스캔 이미지, 재심사 포털 오류 등이 잇따랐다. 전체 합격률은 지난해 88.39%에서 올해 85.29%로 하락했으며 현재까지 40만명이 넘는 학생이 약 110만 건의 답안지 열람 및 재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교육 문제와 함께 청년 고용난도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 전체 실업률은 7~8% 수준이지만 대학 졸업자(학사 이상)의 실업률은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충분히 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밈에서 이제 거리 시위로

온라인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CJP 창립자 아비지트 딥케와 수백명의 청년들은 뉴델리 잔타르 만타르 광장에서 첫 집회를 열고 최근 교육 비리 사태의 책임을 물어 다르멘드라 프라단 연방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정부를 비난하던 입장에서 이제 거리로 나와 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 6일 뉴델리에서 열린 CJP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쿠마리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제 문제는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갈등이 아니라 취업, 교육, 의료 같은 현실적인 문제"라며 "집권 여당인 BJP와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 모두 국민 삶보다 이념 대립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CJP는 오는 11일 오후 4시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의 사비트리바이 풀레 푸네대학교(SPPU) 앞에서 두 번째 집회를 열 계획이다. 청년 인구가 밀집한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동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청년 분노 표출" vs "정치적 의도"

정치권과 언론의 평가는 엇갈린다. 진보 성향 매체들은 CJP를 청년 실업과 교육 부패 문제를 제기한 새로운 사회운동으로 평가한다. 유력 일간지 더 힌두의 시사 주간지 '프론트라인'은 이번 사태를 '기성 정치권의 소통 실패가 낳은 Z세대의 정당한 민생 분노'라고 집중 분석했다. 프론트라인은 CJP가 전통적인 종교·카스트 분열 정치를 거부하고 대졸 실업률 40%와 의대 입시 비리라는 본질을 정확히 짚어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부의 야만적인 비판 탄압 속에서 청년들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라며, 고령의 기성 정치인들이 젊은 세대의 절망을 읽지 못하면 파멸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반면 친정부 성향 매체들은 창립자의 야당 활동 경력을 거론하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운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창립자의 과거 야당 활동 이력을 빌미로 이번 운동을 '정권 전복을 노리는 야당의 기획 대리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파키스탄이나 조지 소로스 등 해외 반인도 세력의 자금이 유입되었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2200만명이 넘는 온라인 지지 규모에 비해 실제 오프라인 참여 인원이 적다며 영향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향후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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