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룰 테이커’ 벗어나 규칙 설계하는 ‘룰 메이커’ 돼야"

파이낸셜뉴스       2026.06.09 18:50   수정 : 2026.06.09 18:49기사원문
(상) 최태원의 제언
최태원 회장, 닛케이포럼 참석
日 비즈니스 리더들과 머리 맞대
美 중심의 산업협력 방안 제시
글로벌 중견국 구심점 역할 모색

"한일은 이제 규칙을 받아들이는 '룰 테이커(Rule Taker)'에 머물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질서를 설계하는 '룰 메이커(Rule Maker)'가 돼야 한다."(최태원 SK그룹 회장)

"한일이 미들파워를 결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맡아야 한다."(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상담역)

"공급망 파트너십 등 제도적 틀은 이미 마련되고 있다.

"(가토 마사히코 미즈호은행장)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9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제31회 닛케이포럼 '아시아의 미래' 한일 특별세션에서는 보호주의 확산과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 위기,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속에서 한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혼미를 거듭하는 국제 정세, 한일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비즈니스 리더 대담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상담역, 가토 마사히코 미즈호은행장이 참석했다. 세 사람은 접근방식에는 차이를 보였지만 저출산·고령화, 에너지 안보, 공급망 재편 등 한일 양국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해법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최 회장은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가토 행장은 미국을 축으로 한 산업 협력을, 도쿠라 상담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중심으로 한 미들파워(중견국) 연대를 각각 제시했다.

도쿠라 상담역은 현재 국제질서를 "힘과 돈이 지배하는 레알폴리틱(현실정치)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는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뿐 아니라 CPTPP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며 "한일이 미들파워를 결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토 행장은 "한일 양국의 경제모델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동 정세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재편이 제조업 중심의 한일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경제구조가 비슷한 한일 민관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제안한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재차 언급하며 "한일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유럽이 만든 규칙을 따라가는 규칙 수용자(Rule Taker)에 머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규칙을 설계하는 규칙 제정자(Rule Maker)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양국이 힘을 합쳐 일정 규모 이상의 경제권과 영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양국 모두 저출산·고령화로 비용은 늘어나는데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며 "에너지와 전력, AI 인프라, 헬스케어 등에서 비용을 낮추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협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제는 상품을 수출하는 시대가 아니라 지능을 수출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반도체와 AI를 양국의 공동 성장 모멘텀으로 육성하고 AI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의료 시스템과 보험, 치료 서비스 연계를 통해 고령화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관광 분야에서도 양국을 함께 방문하는 연계 관광상품 개발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약 6조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된다"며 "협력을 통해 추가적인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력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최 회장은 정부·정치권·민간이 참여하는 '빅텐트'형 협력 플랫폼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고, 가토 행장은 "각서에서 운용으로, 대화에서 실행으로 협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쿠라 상담역은 "한일 경제공동체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라며 "에너지 등 경제 분야부터 협력을 확대하고 성과를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jmary@fnnews.com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