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일본 중의원 본회의장
“적재적소의 관점에서 임명했다. 결과적으로 사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임명한 것은 정말 유감스럽다. 깊이 반성하며 국민에게 솔직히 사과하고 싶다.”
오키나와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가슴을 펴보고 싶었던 모리 요시로 총리는 의원들의 야유 속에 머리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뇌물공여’ 로 지난달 30일 사임한 구제 기미다카(71) 전 금융재생위원장에 대한 ‘인사책임’ 문제로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정당으로부터 이어지는 대표질문에 대해 준비해 온 사과문을 조금의 감정변화도 없이 ‘당당하게’ 읽어 나가는 모리 총리의 모습은 일본 금융정책 난맥상의 정도와 최근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배경을 피부로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일본정부는 금융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지난 98년 12월 금융재생위원회를 발족시켰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새 위원장이 4명이나 경질됐다. 구제 전 위원장은 ‘금융문외한’이지만 파벌 간의 안배원칙에 따라 위원장직을 맡았다가 27일 만에 물러난 사례다.
이와 함께 소고백화점과 일본채권신용은행의 처리문제를 둘러싼 일본정부 방침의 잇단 번복은 일본금융정책과 구조조정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본금융계에서는 외국인투자자금의 일본 이탈현상이 심화되자 “외국자금의 수혈로 일본금융구조개혁을 가속시키려던 일본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면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금융정책’을 제시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한국에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외국인자금의 이탈과 금융정책의 혼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양국의 경제규모와 잠재력을 감안할 경우, 이 같은 문제들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에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장인영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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