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를 앞두고 꼭 소풍가는 아이들 마냥 마음이 들뜨는 골퍼들이 있다. 왠만큼 구력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다음날 라운드를 생각하면 쉽게 흥분한다. 이번엔 잘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마냥 기분이 좋은 것이다. 대개 이런 골퍼들은 라운드 전날 밤 마누라와 잠자리도 같이 하지 않는다. 미리 ‘19홀’부터 하면 볼이 잘 안맞는다는 징크스 때문.
라운드 들어가기에 앞서 스코어카드에서부터 코스, 그린상태까지 챙기는 골퍼가 있는가 하면 허겁지겁 골프장에 도착, 티오프 하기에 바쁜 골퍼도 있다.
또 라운드 중 자신이 몇 홀에 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거의 대부분의 골퍼들이 “언니 여기 몇 번홀이지”하고 캐디에게 물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골프가 어느정도 대중화된 탓에 다양한 사람들이 골프장을 찾는다.
하루는 K씨가 라운드 중 자신이 몇 번 홀에 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앞팀에서 라운드 중이던 한 여자 손님에게 “여기가 몇 번홀 입니까?”하고 물었다. 이 여자 손님도 한참 생각하더니 “우리가 지금 15번홀이니까 14번이네요”하고 대답했다.
K씨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계속해서 라운드했다.
그런데 라운드를 마친 뒤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이 여자 손님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마침 식당에 손님도 별로없어 합석을 제의했다.
식사를 하면서 이들은 서로 이것저것 묻다 직업얘기가 나왔다. 이 여자 손님은 다른 것은 다 말해주면서 굳이 직업을 밝히는 것은 꺼렸다. 만약 직업을 알고나면 크게 실망할 것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여자 손님은 K씨가 집요하게 묻는 바람에 웃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만 털어 놓고 말았다. “생리대를 파는 영업사원이예요.”
이 말을 듣고 K씨는 크게 웃었다. 너무 창피한 나머지 여자 손님은 얼굴이 빨개졌다.
여자 손님은 웃지 않기로 하고는 왜 웃냐고 따졌다. K씨는 생리대 때문에 웃는 게 아니라 조금전 라운드 할 때부터 꼭 댁보다 한 홀씩 뒤지기 때문이라며 “전 화장지 영업사원 이거든요”하고 말하고 2차(?)로 향했다.
jdgolf@fnnews.com 이종달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