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행된 프라이머리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 인수가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이번 CBO의 발행 성공으로 그동안 자금경색에 시달려온 중견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에 다소 보탬이 된 것은 그 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성과다.그동안 사실상 발행이 불가능했던 투기등급인 BB+ 이하 기업들의 회사채발행이 가능하게 되고 부분보증제를 도입함으로써 인수자들의 위험도 줄어들어 앞으로 자금시장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프라이머리 CBO는 인수기관들이 신용도 보강을 강하게 요구하여 당초의 취지인 투기등급 중견기업의 자금조달기회는 상당폭으로 줄어들었다고 판단된다. 또 이번 프라이머리 CBO 발행에 있어 나타난 우여곡절이 말해주듯 향후 발행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다음달 중순까지 모두 4조원어치,그리고 올해 10조원규모의 프라이머리CBO가 발행될 예정이다. 투기등급의 채권비율을 40%로 유지하는 것으로 본다면 최대 4조원 가량의 투기등급 회사채의 차환발행이 가능하다.이렇게 되면 혼자 힘으로 회사채 차환발행이 거의 불가능한 BB+급이하 기업들의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결국 프라이머리 CBO 성공을 통해 자금경색을 풀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이것이 중견이하 기업의 신용경색 해소라는 문제에 본질을 근본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다.당초 10조원 규모의 조성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5조원을 약간 상회한데 불과한 채권전용펀드의 조성이 선결되어야 한다.신용도 보강을 요구하는 인수기관의 요구에 따라 6대그룹이하 기업만 발행에 참여시키기로 했던 방침에서 후퇴해 5대그룹에 대해서도 20% 범위에서 참여를 허용하기로 한 것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이 통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자금시장 경색이 대우사태이후 정부의 땜질식 처방에 따른 신용불안에 기인하는 만큼 금융시장에 더이상의 불확실성이 없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새 경제팀의 과제이다.중견기업의 자금경색을 풀기 위해 프라이머리 CBO 발행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자에게 좀 더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일관적인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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