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구계획안 발표가 개각 변수를 만나 늦춰지면서 소떼방북 이후 정부 및 채권단과의 막판 조율이 있을 전망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8일 “개각으로 현대 해법이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현대관계자는 “정몽헌 의장이 북한을 다녀온 뒤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 고 말해 시간여유를 갖고 해결책을 모색할 것임을 시사했다.
◇방북카드 노리는 현대=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은 지난 7일 공항과 8일 현대계동 사옥에서 거듭된 현대의 자구계획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대신 정의장의 방북을 수행하는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이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위원회가 준비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해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외형적으로 정부와 채권단은 개각과 관련,입장 변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현대 관계자들의 태도가 개각에 따른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와 연관이 있는 듯 하다.게다가 현대는 정의장의 방북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서해 공단조성 사업 등 대북사업에서 내세울 만한 결과를 도출해내면 당장 국면 전환 카드로 활용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상황을 따져볼때 현대와 채권단의 접촉은 정의장이 돌아온 뒤인 11일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현대관계자는 이와 관련,“현대자구안 발표는 남북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15일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 현대상선지분 매각이 걸림돌 될 듯=현대 정의장의 방북에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과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등이 수행,‘전문 경영인’ 퇴진 문제는 현대의 입장을 살리는 선에서 타협을 모색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신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 구조조정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자동차와 중공업의 계열분리 문제에 더욱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여전히 걸림돌 하나가 남아 있다.그동안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의 자구계획안에 “부동산보다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유가증권의 매각을 늘리라”는 주문을 해왔다.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 23.86%를 매각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대상선은 중공업 12.46%,전자 10.06%,증권 16.65%,현대엘리베이터 7.9%,고려산업개발 4.91% 등을 보유하고 있다.때문에 정의장이 지분 7.82%로 최대주주인 현대건설이 상선 주식을 팔게 되면 각 계열사를 조정하는 연결고리가 없어져 정의장의 그룹 장악력이 약해지는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 수 있다.현대건설의 상선 주식 매각이 현대 자구계획안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 minch@fnnews.com 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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