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고성장과 저물가’라는 신경제 현상이 가시화 되고 있다. 금년 2·4분기 생산성 증가율이 5.3%로 지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노동 비용은 16년 만에 처음으로 0.1% 감소세로 돌아섬으로써 고성장과 저물가라는 신경제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하버드대학 조겐슨 교수의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도 컴퓨터로 대표되는 첨단정보·기술의 발전이 고도의 생산성 향상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요소인 투자,노동력의 질,기술향상 가운데 기술 향상이 신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는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신경제 현상 아니다
우리 나라 경제도 외환 위기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생산성이 임금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으며 지난해 2·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높은 성장률에 낮은 물가를 유지하고 있어 신경제적 요소가 있다고 일부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지난해 21%대까지 올랐던 생산성 증가율이 금년 1·4분기에 13.7%로 하락했고 임금과 물가 상승 요소가 잠복하고 있어서 신경제를 논하기에는 다소 이르다. 임금 인상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산성 증가율을 따라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0년째 고성장,저물가를 누리고 있어서 신경제론이 설득력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구조조정의 단계에 있으며 지난 1년간의 고성장은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른 상대적 반등효과이며 저물가 현상은 수입물가 안정과 대형할인점 등의 유통혁명 결과다. 또한 정보 통신 산업의 성장이 여타 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는 근거가 아직 미약하다. 현재 우리 경제는 경기 하강 추세에 있으며 하반기부터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어 고성장,저물가 기조가 붕괴될 위기에 처해있다.
▲ 벤처산업의 재편과 부품·소재 산업 육성 필요
미국의 고성장,저물가의 이면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경상 수지 적자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발생하는 초과수요가 수입 증가를 통해서
충당되어 물가가 상승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에 달러화를 공급하는 기축통화국이므로 장기간에 걸친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간의 경상 수지 적자는 바로 외환의 유동성 부족을 가져오고 대외신인도 하락,외국자본의 이탈을 초래하여 다시 외환 위기에 빠지게 만든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신경제 현상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경상수지 흑자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수입유발형 산업 구조에서는 신경제에 의한 고성장이 계속되더라도 경
상수지 적자 누적으로 제2의 외환위기에 빠질 수 있다.
현정부는 출범 이후 벤처산업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육성하여 왔다. 이 과정에서 자본과 인력이 몰리면서 지금까지 성장엔진이었던 전통산업이 경시되었다. 벤처기업도 최근 거품이 꺼지면서 자금난이 심화되고 투자자들로부터 신뢰성을 상실해 위기상태에 놓여있다. 또한 최근에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도 전후방 연관 효과가 적어서 경기양극화와 산업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 나라가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면서 앞으로 신경제현상을 가시화 시키기 위해서는 첫째,지금 추진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금융,기업구조조정의 틀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경쟁력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신경제현상이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구조조정 결과라는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둘째,부품·소재 산업의 균형적인 발전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부품소재산업은 기술혁신의 실현체이며,부품산업에서의 기술력은 완제품의 기술 혁신을 유도하는 외부경제효과를 가져오므로 지속적인 육성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산자부가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부품·소재 산업 발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셋째,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 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정보통신기술산업 생산성 파급효과가 유럽이나 일본보다 높은 것은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유연한 노동시장 덕분이다.
넷째,전통산업의 디지털화,지식기반 산업화를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전통 제조업의 동시발전없이 정보통신 산업만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식자산의 창출과 축적을 위하여 교육,기초과학,원천기술에 대한 장기투자를 늘리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제도적 하부구조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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