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일은행은 하마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17 04:56

수정 2014.11.07 13:17


지난해말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된 제일은행의 부실여신 처리를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9월중 최대 3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것도 모자라 2001년까지 발생하는 부실여신을 고려할 경우 2조원의 공적자금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정부가 제일은행 지분 51%를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할 당시 인수후 2년간 부실화되는 여신을 보장하기로 하는 풋 백 옵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이번의 공적자금 지원 자체를 문제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일은행에 기투입된 공적자금 규모는 12조3000억원에 달하며 이번에 투입될 것과 내년 투입 예정분을 모두 합치면 17조원의 공적자금이 부실화된 일개 시중은행 처리에 투입되는 셈이다.제일은행에 추가적으로 공적자금만 투입될 뿐 경영개선이 얼마나 이루어지는지, 투입된 공적자금이 투명하게 사용되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이미 우리는 제일은행이 공적자금의 일부를 임직원 명퇴금으로 사용해 도덕적해이란 비판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공적자금 투입에 앞서 당국은 제일은행에 대한 강력한 실사를 통해 부실규모 내역을 소상히 공개하고 앞으로의 처리방향에 대해 보다 투명한 대책을 세우도록 감독을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또한 제일은행 경영진의 도덕적해이로 공적자금 소요액이 증가한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매각후 발생하는 부실여신을 정부가 처리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제일은행이 기존여신의 부실화를 방지하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제일은행에 투입된 자금의 회수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일은행이 조기에 건전은행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2대주주로서 필요하다면 사외이사를 파견해서라도 더 철저하게 경영감시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는 부실은행의 처리에 있어서 제일은행과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공적자금 투입은 예금의 보전에만 국한해야 할 것이고 생존하기 어려운 은행은 청산절차를 밟아 정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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