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21일 일본에서 한 “남북합작으로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중국에 진출하겠다”는 발언은 현실적 가능성과 상징적 의미를 두루 포함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북한의 게임·애니메이션 수준이 ‘수준급’이라는 기본 전제 아래 합작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애니메이션·영화 등 영상산업에 관심이 많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관련 정보기술(IT)인력을 직접 챙긴다고 한다. 당장 게임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수 있는 1000명 가량의 IT인력이 김 국방위원장의 관심 아래 김일성 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대학,조선컴퓨터센터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의 경우 북한은 오락용보다는 교육용으로 많이 제작되고 있다. 즉 ‘에듀테인먼트’에 강점을 보이는 것이다. 청소년 교육용 타이틀이 다수 나와 있으며 국가적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몇 해전 일본에서 열린 게임 대회에서 바둑게임 ‘은별’이 1위를 차지,북한의 게임 수준을 과시한 적도 있다.
애니메이션도 김 국방위원장의 지원 아래 많이 제작되고 있으며 지난해 춘천 국제 애니메이션 축제에 소개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게임·애니메이션 분야의 남북 합작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하고 있다. 수준 높은 개발인력을 갖추고는 있으나 게임개발 장비 등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한 북한에 남한의 자본이 결합하면 세계적 수준의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이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는 추세에 ‘남북 합작게임’은 양쪽의 청소년들에게 이질감을 극복하고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는 데에도 이바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임 컨설팅·인큐베이팅업체인 게임인큐의 류재호 사장은 “같은 한자 문화권으로 정서가 비슷한 중국시장 진출도 남북합작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인구의 10%만 남북합작 게임·애니메이션 소비자로 만들어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번 박 장관이 북한방문시 남북한 협력으로 만화영화·온라인게임 제작 협력에 뜻을 같이한 이후 구체적 안을 만들고 있다. 임병수 문화산업국장은 “연말까지 구체안에 합의해 공동개발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중 남북 합작으로 만든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psgull@fnnews.com 정홍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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