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에 음식물 반입금지라는 경고문을 게시하고 있는 골프장이 가끔 눈에 띈다.
산에서 취사를 못하게 하는 행정규제는 누구나 승복해야 할 보호법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코스에 음식물을 갖고 들어가지 말라는 주문은 지나친 횡포다. 먹고 마시고 싶은 건 모두 골프장내 부대시설을 통해 해결하라는 것이다.
항상 강조하는 바이지만 건전한 골프문화가 보편적 사회관념 속에 정착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고비용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그 일환으로 골퍼들이 라운드하면서 먹고 마시는데 적지않은 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한국골프장의 체제는 빨리 시정돼야 한다.
골프장측만 돈벌이에 급급해 한다고 나무랄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골퍼들 스스로 코스에만 나가면 즐거운 나머지 군것질이 심해지고 잠깐 쉬어가는 그늘집에서 국수 한그릇이 모자라 순대, 떡, 팥빙수, 수박 등에 맥주 혹은 정종까지 곁들이기도 하는 일부의 먹성은 올바르게 운동하는 자세가 아니다.
그러나 원초적 문제거리는 음식물 휴대를 못하게 하고 시중보다 훨씬 비싸게 음식물을 파는 골프장측에 있다.
경기진행상 그늘집에 들를 수밖에 없게 되어 있고 특히 단체입장객에게는 경기후 회식을 클럽하우스 안에서 해야한다는 사실상의 강제는 한국골프의 낯뜨거운 모습 중 하나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선 찾아볼 수 없는 그늘집은 없어지는게 옳다. 그늘집 때문에 흔히 경기진행에 정체가 생긴다는 사실을 골프장측도 모를리 없을 것이다.
최근 일부에서 그늘집을 완전히 자판기로 바꾸고 혹은 간이식당을 별도로 설치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요즘같은 하절기가 되면 미국의 경우, 한 아르바이트 여학생이 얼음에 채운 음료수를 가득 실은 전동카트를 몰고 코스를 계속 순회한다. 골퍼들은 슈퍼마켓에서 살때와 똑같은 가격(얹어주는 팁만큼만 더 비싸다)으로 콜라 생수 탄산음료 등을 사서 집에서 준비해온 샌드위치나 김밥과 함께 언제든지 원할 때 먹는다.
한국의 골프장이 비즈니스골프나 접대골프, 정치적 사교클럽, 그리고 졸부와 같은 호사가들의 취향에만 영합하던 종래의 경영체질을 이제 하나씩 고쳐 나아가야겠다.
10대에서 70대까지 날로 늘고 있는 ‘보통사람’ 골퍼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새로운 감각의 경영전략은 골프장사업에 있어 내일의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과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박군배<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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