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적자금은 눈먼 돈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24 04:58

수정 2014.11.07 13:11


마침내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서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한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이헌재 전 경제팀은 이미 투입한 64조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해서 재사용함으로써 추가적인 국민부담은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새 경제팀이 들어서면서 정부는 입장을 바꾸었다. 공적자금의 추가조성은 없다는 정부의 주장을 믿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상대로 국민의 부담은 늘어나게 되었고 정부는 다시 한번 말바꾸기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왜,그리고 얼마나 더 추가적인 공적자금을 요구할 것이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금융구조조정에 투입한 자금은 당초의 공적자금 외에도 이것저것 합치면 107조원에 달한다. 우선 기왕에 투입된 금융조조정 비용만해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훨씬 웃도는 규모로 국제비교를 하더라도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 중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것으로도 부족해서 추가로 더 많은 국민의 출혈을 요구해야 한다니 어이가 없다.
당초에 정부가 부실 규모를 은폐했거나 아니면 공적자금을 낭비해서 은행의 건전성이 회복되지 않았던 것 아닌가 싶다. 어떤 이유에서건 정부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밑빠진 독’처럼, ‘물먹는 하마’처럼 반복되는 엄청난 공적자금 요구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원래 금융위기는 부실은행,부실기업 그리고 부실한 정부의 합작품이다. 따라서 이들의 무책임과 도덕적 해이가 시정되어서 자금의 낭비를 줄이는 것이 위기관리를 위한 금융구조조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지금까지 추진해온 구조조정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아직도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늘어나는 부실에 대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부실 은행은 공적자금 투입에 앞서 인력·조직의 대폭축소 등 철저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번 금융파업에서 보듯이 부실은행의 자구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부실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도 마찬가지이다. 부실 은행과 부실기업들은 무엇보다도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하며 자생력이 없으면 퇴출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을 모두 구제하는 것만 능사로 여긴다. 이와 아울러서 정부의 감독소홀과 지나친 개입이 부실을 키우고 공적자금의 낭비를 가져 왔다고 본다.
이같은 폐단을 막고 국민부담을 생각하는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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