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우의 지난해 6월말 현재 순자기자본은 2조6121억원. 불과 넉달후 자산부채실사 결과는 마이너스 14조5358억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엉터리 회계감사의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합니다.”(소액주주모임 사이트 내일.www.antjuju.com)
◇징계보다 무서운 소송=대우계열사 분식회계 파장은 회계법인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며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대우 워크아웃 이후 나돌던 회계업계의 ‘소송괴담’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 금액은 워크아웃 발표후 주가하락분 또는 실제 손해액 중 작은 금액이라고 유권해석했다. 대우 계열 9개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워크아웃이후 2조원이나 줄어 소송금액은 최소 1조원은 넘을 전망이다.
채권금융기관의 소송금액은 보다 많을 것으로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공동소송을 모색하고 있고 해외채권단은 국내법인과 제휴한 다국적 회계법인을 염두에 두고 소송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 빅5의 배상능력은 1800원억 안팎에 불과하다. 자기자본과 사내에 적립한 손해배상 준비금과 공동기금이 재원. 이 금액은 소송 예상금액에 훨씬 못미친다.
부실감사로 인한 주식투자자의 손해를 회계법인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은 지난해 10월 신호스틸(옛 한국강관) 판례에 나와 있다. 당시 대법원은 주식 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부실감사 직전의 주가와 하락한 주가와의 차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의 쟁점은 감사인의 성실한 직무수행여부와 정보이용자의 재무제표 및 감사보고서 의존정도로 압축된다.
대우감리단 관계자는 “감사기준에 의거, 충실히 감사를 수행했다는 걸 입증하면 회계법인과 감사인은 면책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열쇠는 성실감사 증거를 법원이 수용할지 여부”라고 밝혔다.
담보나 보증대출 등은 재무제표에 의존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배상을 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산동회계법인은 손배소송에 대비 법무법인 ‘김&장’에 변호준비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산동 어떻게 될까=산동회계법인은 연 매출 546억원 순이익 19억원의 국내 5위의 대형회계법인이다. 세계적 회계법인인 KPMG와 업무제휴를 맺었다. 산동이 (주)대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이후 20년간 감사인과 고객으로 끈근한 인연을 과시했지만 결국 공멸의 위기에 처했다.
회계법인중 유독 산동만 12개월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것은 감사기업인 (주)대우의 부실이 워낙 큰 데도 원인이 있지만 지난 98년 아시아자동차의 분식결산이 드러날 당시 산동이 각서를 제출한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산동은 당분간 세무,컨설팅만을 수행하는 소형법인으로 전락하거나 자진해산의 길은 택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엄청난 금액을 물어줘야 한다. 첩첩산중의 어려운 상황이다.
S회계법인 이사는 “회계사들이 따로 법인을 만든다 해도 신뢰성에 너무 큰 상처를 입어 재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산동의 고객이면서 미국증시에 상장된 두루넷,한국통신 등은 당장 미국 SEC(증권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3·4분기 보고서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국내 회계 빅5로 고속성장을 거듭하던 산동이 돌연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현실은 국내 회계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 jklee@fnnews.com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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