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대우차'의 책임을 묻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02 05:09

수정 2014.11.07 12:42


미국 포드사의 인수 포기로 보름 이상 미궁을 헤매던 대우자동차의 처리가 외통수에 몰려 있다. 지난 6월의 입찰에 응했던 현대와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공식적으로 ‘관심없음’을 표명하고 나섬으로써 나머지 응찰자였던 GM측에 사정하면서 사달라고 조를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된 것이다.

포드의 갑작스런 인수 포기가 가져온 국내 경제에의 충격은 너무나 크다. 하루 사이에 종합주가가 50포인트 이상 폭락, 시가총액이 22조원이나 줄어든 것은 그 충격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실감케 한다. 채권은행의 추가자금지원, 협력업체의 손실, 기업의 자금난 심화 등 부작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우리에게 더욱 충격을 주는 것은 대우자동차에 대한 모든 정보가 고스란히 포드사로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포드사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지난 7월 이후 6주간에 걸쳐 대우차에 대한 정밀실사를 실시하면서 관련정보를 샅샅이 파악한 뒤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유출된 정보에는 대우차 국내법인은 물론 11개 국외공장과 25개 국외판매법인에 대한 계약현황 재무제표 5개년사업계획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우캐피탈·대우차판매·대우통신·쌍용차 등 매각대상관련사와 300여 협력업체에 대한 정보도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의 매각협상 과정에서 저질러진 관련자들의 과오를 따지는 것은 새삼스럽다. 우선협상 대상자를 포드 하나만 선정한 점, 계약불이행에 대한 제재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점, 낙찰가를 공개한 점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대우에 대한 정보가 경쟁회사에 다 넘어간 마당에 누가 제값을 주고 이 회사를 사가려 할 것이가.

여기에 이번에는 한보철강을 인수하겠다며 본계약까지 체결한 미국의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각의에서 포드사에 농락당하고도 항의조차 하지 못할 형편을 개탄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차 매각 실패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협상을 주도한 실무책임자는 건재하고 채권은행의 책임자는 영전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을 것인가.

우리는 앞으로 적지 않은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해외에 매각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럴 때마다 대우차의 전철이 반복되어도 좋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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