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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은행합병 시나리오]우량은행 합병 궤도수정 불가피


차 떼고,포 떼고.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 지주회사에 편입될 은행에서 조흥과 외환은행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은행간 2차 합병지도가 급변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조흥·외환은행의 지주회사 배제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사실상 이같은 결론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국민·주택·신한·하나·한미 등 5대 우량은행간 합병구도도 큰 영향을 받아 복잡한 ‘변형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게 된다. 금융계에서는 이미 ‘주택+하나+한미’ 등 3개 은행의 대통합 이외에 ‘국민+외환’ 또는 ‘국민+조흥’ 등 우량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간 합병을 점치는 다양한 합병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조흥·외환의 마이웨이=3대 공적자금 투입은행인 한빛·조흥·외환은행을 지주회사로 묶어 초대형 은행을 만들려던 정부의 최초 구상은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애초부터 현실성 없는 무리한 구상을 흘려 공연히 금융시장 혼선만 증폭시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는 조흥·외환은행의 ‘독립’ 여부는 은행 경영평가위원회의 정밀 심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시종일관 독자생존을 주장하는 조흥은행의 경우 정부가 억지로 지주회사 편입을 강제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 조흥은행은 강제 구조조정의 핵심 기준이 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기준 비율 8%)이 10%를 넘었고,모든 잠재손실에 대해서도 100% 이상 충당금을 쌓은 상태다. 또 지난달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에서도 추가 공적자금을 요청하지 않았다. 조흥은행의 재무·경영상태와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경영평가위원회의 최종판정이 합격점에 들 경우 조흥은행은 자기 희망대로 지주회사 편입대상에서 빠질 수 있게 된다.

외환은행도 3대 주주인 코메르츠방크·한국은행·수출입은행의 6000억원 증자쪽으로 방향이 굳어지고 있다. 정부가 한은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4000억원(코메르츠방크 2000억원)만 증자지원해주면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게 외환은행의 주장이다. 외환은행의 이같은 제안이 경영평가위의 승인을 받으면 정부로서는 외환은행을 지주회사에 편입시킬 명분을 잃게 된다.

평화은행은 독자생존이 불투명하지만 노총이 설립을 주도한 ‘근로자은행’이란 점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대기업 증자와 자구노력을 통한 독자생존 전략을 내세우고 있어 역시 지주회사 편입이 마땋치 않은 실정이다.

◇차 떼고,포 뗀 복합 지주회사=조흥·외환은행이 정부 지주회사에서 빠지면 지주회사에 편입할 은행도 한빛 이외에는 매우 애매해진다. 이에 따라 한빛과 독자생존 불가능 판정이 유력한 광주-제주은행 정도를 지주회사로 묶고 예금보험공사에서 인수한 한스·중앙·한국종금 등 3개 종금사와 1∼2개 부실 생보사를 추가로 붙여 주는 ‘복합 지주회사’ 설립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위는 이처럼 부실을 모두 묶는 시나리오는 ‘최후의 카드’라며 한발을 빼고 있는 상태. 대한생명은 1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원매자가 많고 영업도 급속히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우선 매각쪽으로 갈래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 주도 지주회사에 편입될 부실 생보사는 9월말 현재 지급여력비율이 100%에 미달하는 중소형 생보사중에서 선별될 가능성이 높다.

◇격변하는 우량은행간 합병 시나리오=‘우량+우량’이란 기존의 합병지도 이외에 ‘우량+공적자금투입은행’이란 제3의 변수가 돌출함에 따라 우량은행들의 합병 전략도 대대적인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가장 유력한 합병 시나리오는 주택·하나·한미 등 3개 우량은행간 짝짓기다. 그러나 주택과 하나는 각각세계 보험업계의 라이벌인 ING생명과 알리안츠를 대주주로 영입해 합병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하나가 주택 대신 국민과 손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최근들어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은 하나와의 짝짓기가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 지주회사에서 떨어져 나온 외환이나 조흥과 합병을 모색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국민은 이들보다는 공인된 우량은행인 신한을 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신한의 독자생존 입장이 확고해 확실한 합병상태를 고르는 데 부심하고 있다.

/ kyk@fnnews.com 김영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