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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지구촌 Golf라운드] 아이슬란드에서 골프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03 05:09

수정 2014.11.07 12:41


북극권에 걸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자그마한 섬나라 아이슬란드(Iceland).

인구라야 서울 미아동 정도의 24만밖에 안되는 이 초미니 국가가 지난 76년 대영제국에 일전불사를 외치고 나왔다.

영국이 아무리 ‘지는 해’라지만 포틀랜드 분쟁 때 남미의 대국 아르헨티나를 한방에 케이오(K·O)시킨,아직도 건재한 군사대국이 아닌가. 그러나 영국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플라이급 권투선수가 팔짝팔짝 쨉을 던지며 헤비급 챔피언에게 달려드는 꼴이다.

선전포고를 했다 하면 아이슬란드를 요리하는 데 한나절 걸리지 않겠지만 세계의 이목이 두려웠던 것. 분쟁의 발단은 아이슬란드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전관어로 수역 200마일.

그 안에서 조업하던 영국트롤 어선의 그물을 아이슬란드 해양경찰이 끊어버린 것이다. 영국어선들은 그 후에도 모른 척하며 자국 군함들의 초계하에 어로작업을 계속했다.

아이슬란드는 펄펄 뛰며 영국과 국교를 단절하고 전쟁 일촉즉발 일보전까지 갔지만 노르웨이의 중재로 간신히 전쟁은 면하게 되었다.


아이슬란드 근해에는 한냉고급어종인 대구가 우굴거린다. 15세기초부터 대구전쟁(God War)은 1976년까지 열차례나 이어졌다.

유럽대륙에서 1000㎞나 떨어진 이 작은 섬은 국토의 70%이상이 불모지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이 땅에 지진은 일상사요,심심찮게 화산이 터지며 빙하를 녹여 불과 물의 바다를 이룬다.

96년 11월5일과 6일 이 나라에 있는 유럽최대의 바트나 조칼빙하 밑에서 화산이 폭발,빙하를 녹이면서 대홍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나라 국민들에게 연안의 대구야말로 그들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수출의 80%이상이 수산물이라 이 나라에서는 대통령보다 수산장관의 목소리가 더 크다.

눈과 얼음의 땅,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는? 당연히 스키와 스케이팅을 떠올리겠지만 천만 뜻밖에도 골프다.

24만명의 인구에 골프장수는 44개. 인구 5400명당 골프장이 하나 있으니 모르긴 몰라도 골프장 밀도는 세계 제일이지 싶다.

봄이 되면 해안선을 따라 파랗게 풀이 돋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빙하와 눈으로 덮인 하얀 섬이 파란 띠를 두르고 있다.

파란 띠속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이 봄이 오기 무섭게 골프채를 둘러메고 골프장으로 달려간다.

“온 국토가 불모지요,가용 국토라고는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가느다란 풀밭띠 뿐인데 골프장은 무슨놈의 골프장” 정부가 이런식으로 칼을 빼들지 않는 선진국이다.


어부도,양치기도,학생도,노동자도 골프를 즐긴다. 이 나라는 여름도 으스스하다.
라운드를 마친 골퍼들은 온천으로 달려가 버디 잡았던 홀을 떠올리며 웃고,트리플보기했던 홀을 얘기하며 한숨을 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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