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물가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03 05:09

수정 2014.11.07 12:41


9월 중 소비자 물가가 8월에 비해 1.5%,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9% 상승했다.이는 연중 최고치다.8월의 물가 상승률도 올해 상반기 월평균 물가 상승률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이제 고물가 시대로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9월 중 물가가 급등한 원인은 의보수가 인상,태풍으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상승,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석유류 제품가격 상승 등이다.문제는 10월 이후에도 물가상승 요인이 상존한다는 점이다.농수산물 가격도 불안하고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불안한 것은 국제유가다.9월 물가에는 원유가가 27달러 정도로 반영됐다.10월엔 30달러 이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따라서 10월의 물가는 더욱 불안할 수 있다.국제유가 1달러의 상승은 우리나라 물가를 0.3% 끌어올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미국의 비축유 방출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증산 의지로 국제유가가 현재 어느정도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 또 불안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국제유가의 불안은 경기를 침체시키면서 물가는 상승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하기 때문에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다.

자금경색을 완화시키겠다는 빌미로 통화관리를 방만하게 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물가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은 시중에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신용위험이 무서워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기 때문이다.신용위험이 클 때 통화공급에 의한 자금경색의 해소에는 한계가 있는데도 방만하게 통화관리를 하게 되면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 그 대가를 톡톡이 치를 것이다.

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리로 경제의 안정기조가 무너지면 정부가 연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금융,기업구조조정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물가안정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우선 농수산물 수급대책을 통해 농수산물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다음으로는 하반기에 예정된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며,국제유가 동향도 예의 주시해 가며 실효성 있는 에너지 절약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방만한 통화관리에 대한 재검토와 금리인상 등 거시경제정책방향의 수정도 고려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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