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한전,무선호출기로 전기 아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03 05:09

수정 2014.11.07 12:41


최근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대국민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전이 무선호출기(삐삐)를 이용한 전력절감 방안을 추진, 관심을 끌고 있다.이같은 방안은 99년 말 기준 전체 발전설비용량 중 석유 및 가스 발전설비가 36.3%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전력생산을 낮추는 것이 석유를 절약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인식에 따라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한전 측은 최대 전력생산을 낮추는 방안이 가장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로 여름철 냉방기 사용제한을 꼽고 있다.실제로 냉방분야를 제외하고는 절전에 한계가 있으며 한 여름 오후 2∼4시 시간대에는 냉방기 사용으로 전력소비가 급증해 냉방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 증설을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전관계자는 “이렇게 건설한 발전설비는 한여름의 피크타임 외에는 잉여설비가 되기 때문에 한전의 채산성을 약화시켜 결국 전력 원가상승의 원인이 된다”며 “발전설비 건설비용의 대부분이 외화인 점도 국가 경제에 큰 손해를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한전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망자에 한해 에어컨을 20%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대신 피크타임에는 무선호출기를 이용해 냉방기를 끄고 켜는 제도를 시행하고 TV 광고 등을 통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발적인 참여는 미흡한 편이다.
따라서 에너지절약전문가들이 이보다 실효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해 내놓은 방안은 기존의 무선호출기를 이용해 실내 설정온도를 적정온도로 원격제어하지만 소비자의 임의조작을 방지하는 방법이다.예를 들면 소비자가 설정온도를 23도로 해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을 때 피크타임이 되면 온도를 3도 상승시켜 가동되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개의 가정으로는 약간 불편하겠지만 국가 전체의 전력소모 측면에서 실내온도 조절은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있다.냉방온도를 1도 올리면 냉방전력의 7%가 줄어들기 때문에 2001년 냉방으로 인한 전기사용량을 940만㎾로 추정해볼 때 전 냉방기의 설정온도를 2∼3도씩만 올려도 연간 총 164만5000㎾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또 필요에 따라 5부제(냉방기를 30분에 6분 가동중단)를 실시하면 추가로 155만㎾가 절약돼 총 319만5000㎾ 절약이 가능하다.
이는 100만㎾급 원전 3기 건설비용 5조4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전이나 시민단체의 노력 이전에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엘리베이터의 3층 이하 운용을 금지하는 것처럼 제도적으로 피크타임의 실내 설정온도를 적정온도로 일괄 원격제어할 수 있도록 에너지관리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구체적으로는 내수용 에어컨에 무선호출기와 결합된 컨트롤러 부착을 형식승인 등의 방법을 통해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pontifex@fnnews.com 고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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