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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핫라인]국회는 무조건 문열어라


한국정치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 판도라의 상자인가.

경제위기의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경제가 예사롭지 않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부실기업 정리는 지지부진하고 금융권에 대한 구조조정은 이미 들어간 110조원이 부족해 추가로 50조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했다. 기업의 자금경색도 예사롭지 않고 증시가 장기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아니라 가계의 빚은 반년새 24조원이나 늘어났다. IMF위기로 좌초된 대우와 한보그룹 등의 처리도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 금융불안을 초래하고 있는 투신·은행권등 금융기관의 구조조정도 목소리는 크지만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이 없다. 실업률이 또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좋지 않은 소식도 들린다.

경제개혁이 지루하게 게속되다 보니 국민들은 개혁피로 증후군에 걸려있고 기득권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난마처럼 얽힌 경제현실을 놓고 외국인들은 또다시 한국경제의 위기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경제현실앞에 우리 정치권은 금융지주회사법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32개의 경제·민생현안을 방치한 채 정기국회 개회후 한달여를 허송세월하고 장외투쟁과 ‘책임 떠넘기기’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월초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금융시장이 불안한 것은 정치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여야간 대립과 국회 공전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또 한번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관련,한양대 고재남 교수는 “구조개혁 지연으로 인한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우리 경제가 위기상황에 직면할 경우 국회가 책임을 면키 어려우며 여야가 극한투쟁에서 벗어나 금융시장 안정과 시급한 민생관련 법안 처리의 물꼬를 터주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것이 싸울때는 싸우더라도 할 것은 하는 성숙한 정치인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경제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경제계가 불편을 토로하고 있는 법안만도 6∼7개에 이른다. ▲자금시장 경색완화와 증시안정을 위해 투신사 비과세 상품 허용과 기업분할시 세제헤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조세제한 특례제한법 ▲ 금융권 구조조정의 근간이 되는 금융지주회사법 ▲ 부실은행과 워크아웃 기업 처리를 위한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CRV)법 ▲외국 자본전면개방을 대비한 외국환거래법 ▲ 농어민의 노령연금 혜택을 위한 국민연금법 ▲ 5인이하 1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들을 위한 최저임금법 ▲ 시급히 심의해야할 내년도 예산안 뿐 아니라 의약분업 및 서민생계 지원을 위한 추경안등이다.

이처럼 주요한 경제관련 법률이 처리되지 못해 경제현장 곳곳에서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으며 경제인들의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이 처리되지 못해 대우중공업의 기업분할과 매각이 차질을 빚고 있다. 세제혜택을 기다리며 기업분할을 미루고 있고 그래서 매각작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인수·합병(M&A)이 차질을 빚어 기업구조조정과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투신사들이 상품을 이미 발행한 5조원대의 투신사비과세 상품은 정식상품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머니 마켓펀드(MMF)에 편입, 투신권 구조조정과 증시의 유동성 장세를 가로막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지 못해 지주회사 구성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산업·하나은행이 구조조정을 단행치 못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법이 발목을 잡고 있어 대우그룹 등 워크아웃 기업의 처리가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경제현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현안을 미루고 국회를 등지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이제 여야는 조건없이 국회에 등원해야 한다. 그래서 시급한 경제위기 대책에 대해 초당적인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일단 국회를 정상화해 민생현안과 정치현안은 분리처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야가 싸우면서라도 정치의 ‘멍석’을 깔 수 있는 토대는 경제의 안정이다. 여야는 이제부터라도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분야의 안정을 통한 신뢰회복과 리더십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 seokjang@fnnews.com 조석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