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국회는 무조건 문열어라-정치권 책임론 대책]낮잠자는 개혁법안…구조조정 빨간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03 05:09

수정 2014.11.07 12:40



최근 경제위기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산적한 민생현안을 방치한 채 정쟁에만 몰두 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다. 정작 경제안정을 주도해야 할 정치권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 제2정책조정 위원장들과의 긴급 인터뷰를 통해 경제위기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론과 함께 경제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편>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한국 금융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을 정치에서 찾고 있다. 모 증권사의 한 지점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영수회담을 가진뒤 국회가 정상화되면 주가가 50포인트 이상은 거뜬히 뛸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16대 국회는 여야가 합심해서 도와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정쟁으로 딴지만 걸어 단 한건의 법안도 원만히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

지난 1일 개원식만 가진뒤 개점 휴업중인 16대 첫 정기국회에는 정부입법 36개 법안,의원입법 56개 법안 등 총 92개 법안들이 쌓여있다. 이중 금융·기업구조조정과 서민들의 생계 지원을 위한 민생·개혁법안들이 32개로 국가경제를 위해서는 한시바삐 처리돼야할 중요한 법안들이다.

‘금융대란’의 산고끝에 도입키로 한 금융지주회사법과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법은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핵심법안이다. 특히 CRV법은 워크아웃 기업의 부실자산을 CRV가 별도 관리,경영 정상화를 촉진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제정이 늦춰질 수록 금융기관의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이 법의 제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기관의 대형화·겸업화를 위한 것으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이나 통과지연으로 금융기관의 부실만 키워가고 있다.

또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세제지원을 약속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대우중공업의 기업 분할이 지난 7월부터 계속 연기되고 있다. 워크아웃기업의 분할·합병시 주어지는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어 2360억원의 세금을 자체 조달해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개정안은 저소득층에 대한 비과세 저축뿐 아니라 투신사 수신 확충을 위해 정부가 허용한 증권투자 신탁 분배금에 대한 비과세 저축상품 신설을 뒷받침하는 법안이어서 금융시장 불안의 진원지인 투신권의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

민생 법안으로는 추경예산안과 소득세법 개정안,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시급하다. 2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결식아동 2만2000명과 불우노인 1만7000명에 대한 급식이 미뤄지고 있으며 공공근로사업에 이어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지방재정에서 충당하거나 다른 예산을 전용할 계획이지만 편법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일부 사업의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불우시설 기부금이나 주택저당 차입금의 대출이자,대학원 교육비를 소득공제하는 등 중산층과 서민층의 생계지원이 목적인 소득세법 개정안,그리고 5인미만 사업장 4만3000여명 근로자들을 최저임금 보호대상에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통과되지 못해 서민층의 가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와함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농어민특례노령연금 120억원의 지급이 1개월씩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불안에다 실물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상황 속에서 정치권의 정쟁으로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심각한 문제를 자초할 수 있다며 수차례 경고해왔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제도 도입이 지체되고 금융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지 않으면서 공적자금 투입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50조원을 추가 투입하게 됐다.
국민들은 정치권에 구상권이라도 청구해야될 형편이다.

/ pch@fnnews.com 박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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