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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꽁트] 죽어도 2벌타


텔레비전에서 영화 ‘춘향전’을 찍으면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방영했었다. 그 자체가 하나의 논픽션 영화가 될만큼 흥미로웠다.

이몽룡이 한양으로 떠나는, 춘향과의 이별 장면이었다. 애인을 보내기 싫은 춘향이 몽룡을 붙들고 흐느끼는데 몽룡을 태운 나귀가 출발한다. 나귀꼬리를 움켜준 춘향이가 질질 끌려간다. 여기까지는 관객이 보는 영화의 장면이다. 컷, 소리가 울려 퍼지자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스태프들은 흙길에서 눈물범벅 흙범벅이 되어 뒹구는 여주인공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르르 나귀에게로 달려가서 꼬리털이 빠졌는지를 세세히 살피고, 등을 솔로 빗질해주고, 나귀에게 먹일 물을 대령하는 것이다. 내레이터는 영화속의 등장인물, 아니 등장 생물들 중에서 나귀의 출연료가 가장 높다고 해명했다. 하루 출연료가 100만원이라나….

라운드를 하다보면 기상천외한 일들을 많이 겪는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며칠전 골프라운드에서 있었던 일이다.

종헌씨가 친 공이 약간 슬라이스가 나며 러프에 떨어졌다. 그린까지는 90야드 정도 남았지만 공과 그린 사이에 바위산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종헌씨의 기술로는 앞을 가로막은 바위가 별로 문제될 것도 없었다. 로브샷을 구사한다면 공은 벼룩처럼 거의 수직으로 뛰어올라 그린에 안착할 것이었다.

종헌씨는 15홀을 도는 동안 밑밥으로 뿌린 핸디캡도 다 거두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주머니 한쪽이 축 처질 지경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다른 동반자들은 본전만이라도 찾겠다는 일념으로, 그가 실수하기만을 기도하고 있었다.

샌드웨지의 헤드를 바짝 눕혀서 공의 밑동을 베어내듯 치는 로브샷은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그러나 종헌씨는, 특기가 로브샷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하늘높이 띄워 올린 공을 그린에다 오뚝이처럼 세우는 묘기를 내 앞에서 여러번 보여주곤 했었다.

나는 10m 쯤 떨어진 곳에서 종헌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종헌씨는 세 번이나 빈스윙을 했다. 드디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그의 샌드웨지가 잔디를 베었다.

‘딱’

“으윽.”

“엄마야.”

‘딱’은 바위와 공의 마찰음이고, “으윽”은 종헌씨의 단말마의 비명이고, “엄마야”는 캐디와 내가 동시에 내지른 119를 부르는 소리이다.

생크가 난 공이 바위를 맞고 튀어나오면서 종헌씨의 눈두덩을 강타했던 것이다. 눈썹 근처가 찢어지면서 금방 핏물이 배어나왔다. 그는 눈두덩을 손으로 누르면서 풀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선혈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캐디가 경기과에 전화를 걸어 사고임을 알리고 그를 데려갈 차를 불렀다. 5분도 안지나서 마샬이 달려왔다.


그가 부축을 받아 차에 타려는데 동반자인 희수씨가 외쳤다.

“어이 김사장… 공으로 자기의 신체·자기 캐디·자기 골프백을 맞추면 두 벌타인거 알지? 계산은 하고 가야지….”

나도 그 정도 골프 규칙은 안다. 그렇지만 희수씨는, 종헌씨가 홀아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격인 줄은 모르나 보다.

/김영두(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