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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철강 어디로(중)]˝주인은 언제나˝…풀죽은 근로자들


아산만 사이로 기아자동차 화성 공장과 평택 LNG 인수기지를 마주하고 있는 한보철강의 당진제철소.

부도이후 3년 8개월만에 ‘새주인 맞이’ 직전 맞닥뜨린 매각무산 탓이었을까. 120만평 부지위에 들어서 있는 당진제철소의 임직원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최천식 제철소장은 “진작에 매각돼 새주인을 맞이해야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심기일전.700여명의 직원들은 지난달말까지만 해도 의욕이 넘쳤다.추석연휴를 반납해가며 조업을 강행했다.부도회사지만 ‘새주인’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그러나 지난달 하순들어 신문과 방송에 매각무산위기가 거론되더니 끝내 미국 네이버스 컨소시엄의 매입포기 소식이 전해졌다.허탈했다.

지난 95년 아산만의 당진제철소 설립초기부터 근무하고 있는 봉강공장(철근공장) 압연부 소속의 강신건 주임.입사 동기들은 이미 다떠나고 혼자 남았다는 그는 “새 주인이 온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보철강 임직원들이 새 주인을 간절히 고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열연1공장(핫코일공장)이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박(薄)슬라브 공법으로 핫코일을 생산하는 열연1공장은 지난 98년 7월1일 공장가동을 중단해야 했다.당시 원자재인 고철가격은 t당 130달러인 반면 제품가격은 t당 180∼190달러.공장을 가동하면 할수록 손해였다.어쩔수 없이 228명의 동료들이 ‘고통스런’ 휴직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올들어 핫코일 시황이 크게 반전되고 있다.고철가격은 t당 110달러대로 내려간 반면 제품가는 250달러대를 상승,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특히 지난 98년 현대강관과 동부제강이 율촌공장과 아산공장을 잇따라 준공,본격 생산에 들어감에 따라 국내 철강업체의 국내 수급상황도 크게 달라졌다.

한보철강 관계자는 “업계 일각에서는 한보 핫코일에 대해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지만 용도가 다를 뿐이다.자동차강판이나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고급 핫코일이 있는 반면 건설자재 용도로 쓰이는 것도 있다”며 핫코일 공장 재가동을 강력 희망했다.

유일하게 정상조업중인 A지구의 봉강공장 경영실적이 양호해 한보 직원들은 핫코일 공장도 재가동했으면 하는 분위기다.연산 100만t 생산능력을 보유한 철근공장은 올 110만t의 생산을 기대할 정도로 생산효율이 나아지고 있다.실제로 지난 6월에는 직경 10㎜와 13㎜제품부문에서 하루 생산 신기록을 기록했다.가동률은 97%를 웃돌고 매출액도 매달 급신장하고 있다.

한보직원들에게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B지구의 열연 및 내연공장,코렉스설비는 ‘애증’으로 다가온다.3조3000여억원의 달하는 투자가 끝내 부도를 초래했지만 이제와서 헐값에 팔려야하는 처지로 전락했기에 한보직원들은 착잡하기만 하다.44개월의 풍상을 알몸으로 받아낸 만큼 일부 설비의 외관은 벗겨지고 녹이 슨 흔적이 엿보였다.그러나 최천식 제철소장은 “세계 유수의 제철소를 보더라도 페인팅이 벗겨진 곳은 있다.외관이 좀 상했다고 내부성능마저 저하됐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20여개의 업체에서 실사를 나왔지만 하나같이 설비유지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소장의 마지막 한마디.“우리 직원들은 부도와 IMF 과정속에서 아픔을 많이 겪었다.그래서인지 매각이 무산됐다고 해서 아쉬움이 있을지는 모르나 침통할 정도는 아니다.듬직하고 꿋꿋한 우리 직원들을 믿는다.”

용광로에서 타오르는 듯한 희망의 불꽃이 전해졌다.

/ lee2000@fnnews.com 【당진=이규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