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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 직면 陳장관의 고민]사면초가 몰려도 개혁집념 불변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05 05:10

수정 2014.11.07 12:38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이 고민에 빠졌다.8월7일 취임 일성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운 만큼 위기의식을 갖지 않으면 다시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이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인지 5일 있었던 월례 경제동향 설명회에서도 연방 담배를 피워댔다.

진장관은 이날 “취임 당일부터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했다”며 말을 텄다.그는 “거시지표만 보면 경제가 잘 굴러가는 것 같지만 경제의 기초인 금융과 기업·건설을 비롯,지역간 산업간 격차가 큰데다 개혁의 피로증마저 있어 이것이 정리 안되면 튼튼한 시장경제의 구축이나 경쟁력 확보는 어렵다”고 계속 말해오지 않았느냐는 불만섞인 설명을 했다.2기 경제팀이 현장감과 과단성 및 개혁성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신랄한 비판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진장관은 정부가 하는 일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게 이유라며 정부 책임으로 돌렸다.진장관은 “8·15행사때 김대중 대통령께서 연말까지 4대 부문 구조조정을 마칠 것이라고 밝혀 지난달 1일 금융 및 기업부문 월별 추진계획을 확정해 발표한 데 이어 5일 월별 추진실적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배포했다”고 말했다. 누가 원해서 한 게 아니라 정부가 의지 표명의 일환으로 스스로 속박한 것이라며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구조조정과 관련해 진장관의 고민의 골은 깊다.그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말로 다급한 심정을 대신했다.고유가·대우차·한보 등 전혀 예상치 못한 사안이 터진데다 지역간·산업간 성장 격차가 그를 더욱 괴롭힌다.잘 나가는 쪽은 말이 없지만 그렇지 못한 쪽은 피부로 느끼는 경기를 근거로 정부를 쏘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진장관의 현상황에 대한 인식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3년차의 남미국가의 징후와 비슷하다는 말에서 엿보인다.진장관은 남미국가의 경우 “조금 나아지면 고통 감수를 하지 않았고 3∼4년 단위로 이어지는 선거바람을 타서 개혁의 모멘텀이 사라진데다 정경유착의 고리가 잔존할 뿐 아니라 금융산업의 혁신이 이뤄지지 않아 항상 외국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의 공격대상이 됐다”고 분석했다.최근 수년간 한국과 매우 비슷한 모습이라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영어로 말해 위기(Crisis)가 생기면 대응했다가 조금 나아지면 자족하고 마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그는 취임초부터 경제실상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누차 강조했다.그러나 현실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고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를 매몰차게 두들겼다.

속이 탄다.그러나 “하나씩 둘씩 일정대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해와 인내를 당부하고 있다.투자자나 소비자·언론·전문가들이 그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의 어깨에 힘을 실어 줄지는 미지수다.재경부 대회의실을 나가는 그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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