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뒤늦은 금리인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06 05:10

수정 2014.11.07 12:38


5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결정은 뒤늦게 폼만 잡는 꼴이 되어 시장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금융시장에서는 연초부터 돈이 많이 풀려있고 물가상승 조짐이 나타나는 데다 장단기 금리차로 자금시장의 왜곡이 심해 콜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한은은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이유로 금리인상을 미뤄왔다.이미 물가가 심상치 않아 9월에는 금리인상 전망이 일반적이었다.그러나 국제유가가 불안하다는 이유로 금리인상을 또 미뤘다.그 때 재정경제부는 여러경로를 통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드디어 물가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6월이래 4개월째 소비자물가가 크게 올랐고 9월중에는 한 달새 1.5%까지 치솟았다.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이미 퍼지기 시작했다.이렇게 물가상승이 현재화하자 한은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금리를 인상했다.이번의 0.25%포인트 콜금리 인상은 시장에 이미 상당부분 반영된 상태여서 3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고 주가는 오르는 등 금융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때늦은 금리인상 결정으로 한은은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고 중앙은행으로서의 신뢰성만 손상시키는 꼴이 됐다.

앞으로의 관심은 연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냐는 점이다.물가관리를 위해 콜금리를 인상했지만 인상폭이 작아 시장에 별다른 시그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따라서 시중의 인플레이션 심리가 꺾이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인상 조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내년 경기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도 방만한 통화관리를 자제하는 등 총수요관리도 필요한 시점이다.또한 지나치게 낮은 금리는 기업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전반적인 우리경제의 개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지적하고 싶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 중앙은행은 시장에 미리 시그널을 주어 경기를 선도하고 경제주체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언제쯤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통화정책에 대해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정부는 속성상 중장기적인 입장에서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어렵다.당장 눈앞의 문제에만 집착하게 마련이다.한국은행도 정부의 눈치만 보지말고 소신있게 정책을 수행하도록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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