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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대화록


다음은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간의 대화 요지.

◇경제문제

▲이총재=국민들이 제2의 경제위기를 걱정하는데 대통령과 경제각료들만 ‘위기는 끝났다, 경제가 잘되고 있다’고 말해왔다.위기 가능성에 대처를 소홀히 했다. 구조조정은 실패했다. 지금까지 경제정책에 대한 일대전환이 필요하다. 대우그룹 부실문제를 일찍 처리하지 못하고 1년 넘게 끌다가 99년 8월에 와서 처리한 것은 큰 잘못이다.

올해 말까지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을 완료하고 내년 2월까지 정부와 노동의 구조조정을 완료한다는 대통령의 말을 시장에선 아무도 믿지 않는다. 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 처리가 시험대가 될 것이다. 현대그룹의 부실을 심각히 인식해야 한다.

더 이상 덮지 말고 정공법으로 처리해야 한다. 현대는 대북사업에서 손을 떼게 해야 한다. 금융구조조정은 원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썩은 은행들을 지주회사로 만들고 합병해본들 무슨 소용있겠나. 예금보호한도제 같은 정책은 유보하는게 옳다.

▲김대통령=경제문제와 관련해 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심해야하고 주의깊게 해야 한다. IMF 때도 당시 정권에서 위기라 하지 않았다. 내·외부적 요인이 겹쳐서 경제가 어려워지는 원인이 된 것 같다. 공적자금이 더 필요하게 됐다. 대우그룹 사건 때문이다. 김우중 회장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4대 개혁 12개 항목은 매월 대통령이 직접 챙겨보겠다. 12월말까지 금융구조조정을 끝내겠다.

‘차근차근 하라’는 말은 잘 이해하겠지만, 하루하루 늦을수록 손해가 많이 늘어난다.

전 정권이 저질러 놓은 한보문제 때문에 현 정권이 크게 고생하고 있다. 현대그룹 문제는 정공법으로 하고 있다. 현대의 대북사업은 정부가 챙겨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챙겨보겠다. 예금 보호한도제는 이 총재의 말을 충분히 참작해 처리하겠다.

▲이총재=우리당이 제출한 개혁 법안들도 통과시켜달라. 국가부채와 재정적자감축 특별법, 공적자금 관련 법, 대북지원특별법, 관치금융청산특별법, 도·감청 방지특별법, 기타 예·결산 관련 법안도 통과돼야 한다.

▲김대통령=야당의 입법도 충분히 협의하도록 노력하겠다. 정책협의회 가동이그래서 꼭 필요한 것 아니냐.

▲이총재=공적자금은 국민의 피다. 올해초 우리당이 부채와 재정적자를 문제삼고 금융불안 해소위해 공적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했을 때 대통령과 정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선거가 끝나자 30조원이 필요하지만 회수해서 쓰면 된다고 했다가, 다시 50조원이 필요하다고 말을 바꾸었다. 국정조사를 실시해서 사용근거와 책임을 따지겠다.

▲김대통령=국민과 야당에 미안하게 생각한다. 본의 아니게 다른 말을 한 것이 됐다.

국가로서 공적자금이 필요하게 된 것은 64조원 공적자금을 조성해서 처리를해 가는 중 대우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심의해서 필요한 만큼 조성에 협조해 달라. 국회에서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문제

▲이총재=남북문제에 관해 너무 서둘러 일의 선후를 가리지 못하고 있고, 임기내에 업적을 다 이루려고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여권내부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나오지 않느냐. 국방장관회담에서 성과가 있다고 하는데 경의선 복원과관련한 긴장완화에 그친 것 아니냐.

▲김대통령=55년만에 처음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손댄 것도 있다. 여러가지로 진행되기 때문에 절대 서둘러서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민간쪽 경협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하고 있는 것도 2∼3년에 걸쳐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도하지 않다.

▲이총재=과도한 대북지원과 무리한 대북투자로 우리경제에 부담을 줘선 안된다. 현대위기가 한국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김대통령=정부도 대북투자를 승인해줘야 하기 때문에 무리없이 투자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내년 대북지원금액을 5000억원으로 계상, 이 범위내에서 하겠다. 김영삼 전 대통령때 식량지원으로 2억달러 이상을 제공했는데 지금은 이보다 적지 않느냐.

▲이총재=비전향장기수는 돌려보내면서 국군포로 송환문제를 강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정부의 정확한 입장은 무엇인가.

▲김대통령=가장 큰 핵심은 인도적으로 문제를 빨리 해결해 가족들끼리 소식을 알고, 궁극적으로는 상봉하고 재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실현시키도록 할 것이다. 가족중심의 상봉이라든지 서신교환으로 해결하겠다.

▲이총재=그래서는 안되고 송환을 요구해야 한다. 국방장관 회담 성과가 적다는 지적이 있다.

▲김대통령=국방장관 회담은 전쟁을 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남북 긴장완화의 큰 틀을 마련한 것이다.

◇정치문제

▲이총재=민주당 총재직을 버리고 국정에만 전념해달라. 나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총재직을 그만둘 것이다.

▲김대통령=참고로 하겠다.

▲이총재=자민련 문제와 관련, 민주당이 자민련과 합세해서 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원외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대통령=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과반수가 못된 것이 사실이다. 자민련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특히 중요한 정책결정에 그런 역할을 하려고 하지 않겠느냐. 그것도 국민의 의사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자민련을 무시할 수 없다.

▲이총재=한빛은행 대출비리에 대해 국민의 80%가 검찰발표를 못믿고 있다. 국정조사후 미흡하면 특검제를 해 정권 스스로 도덕성을 입증해야 한다.

▲김대통령=이 문제는 검찰 수사결과를 보고 국회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지원씨에 대해 한나라당이 너무 가혹했다. 억울하게 사퇴하게 됐다. 국정조사에서 충분히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검찰수사결과를 보고 국회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의약분업

▲이총재=준비 안된 의약분업 강행으로 국민의 고통이 심하다. 우리는 6개월 시범지역 실시후 제도보완을 거쳐 전면실시할 것을 주장했었다.

해결방안이 있는가.

▲김대통령=의약분업은 절대로 해야 하는 정책이지만 논란이 많다.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협상이 거의 되고 있다. 다만 포장단위와 지역의보의 국고지원에 대해서만 합의가 되지 않고 있을 따름이다. 대통령 직속의 보건의료발전특위에서 문제를 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