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대우차 어디로 가나] (하)매각금액…잘 받아야 3조5000억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11 05:11

수정 2014.11.07 12:34


대우자동차를 과연 제 때,제 값에 팔 수 있을까.

1년6개월에 걸친 대우차의 파행운행을 끝내는 방법은 제 값을 받고 신속히 파는 것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빨리 파는 것도,제 값을 받는 것도 모두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유일한 인수 후보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협상주도권을 거의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에서 섣불리 ‘본전’에 연연하다가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게 된다. GM 역시 자신이 튀길수록 한국의 관료들과 채권단은 몸이 달아 고개를 더 숙일 것이라는 사실을 훤히 들여다 보고 있다. 한번 튀길 때마다 최소한 수천억원씩 값을 깍을 수 있다면 누가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대우차 매각 지연과 관련된 문책여론이 높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아무리 여건이 어렵더라도 조금이라도 값을 더 받아 내기 위해 정교한 매각전략을 짜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또한 대우차 매각이 위기에 몰린 국내 자동차산업에 전화위복에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전열을 재정비하고 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우차 잘 팔아야 3조5000억원=대우차는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3조5000억원 이상을 받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채권단의 내부 판단이다. 그것도 쌍용차를 포함한 일괄매각을 전제로 한 가격이다. 따라서 GM이 선별 인수를 고집하다면 가격은 더 떨어지게 된다.

현재 기대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인 3조5000억원은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미국 포드가 지난 6월 1차 입찰때 제시했던 가격 7조7000억원(70억달러)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1차 입찰때 포드에 밀렸던 현대·다임러클라이슬러의 인수제안가는 4조4000억원(40억달러),GM은 3조8500억원(35억달러) 선이었다.

만약 포드의 인수포기 선언 이후 현대·다임러와 GM의 경쟁구도만 유지됐더라도 채권단은 최소한 4조원 정도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다임러마저 등을 돌림에 따라 채권단은 오로지 GM만 바라 볼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GM이 1차 입찰때 제시했던 것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제3의 대안도 마련해야=부채가 18조6000조원이나 되는 회사를 3조5000억원에 판다면 채권단이 입게 되는 피해는 상상 이상일 것으로 우려된다. 그래도 현재로서는 GM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게 가장 현명한 대안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대우차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프로그램에 따라 채무를 동결시킨 상태에서도 현재 한달에 1000억원씩 채권단 지원을 받아야 굴러 갈 수 있다. 따라서 매각이 지연될수록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출혈은 불어나게 된다. 채권단이 가격불문하고 대우차를 빨리 처리하려는 이유중의 하나도 하염없이 뒷돈을 대다가 지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심정으로 매각협상에 나서면 그나마 최소한의 협상력도 발휘할 수 없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실 대우차의 설비와 자산을 모두 뜯어 팔아도 3조5000억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고철 값에 대우차를 넘겨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우차의 청산가치가 3조5000억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채권단이 이 정도 가격에라도 대우차를 팔아야 하는 것은 대우차가 계속 굴러가야만 기간산업의 기반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한가지 더 유의할 점은 대우차 매각협상이 또 다시 실패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팔아야 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혀 정말 터무니 없는 조건을 감수할 수는 없다.
매각조건이 너무 나쁠 경우에는 차라리 대우차를 잠시 공기업으로 만들어 경영정상화를 꾀한 다음 재매각을 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최후의 전략까지 구체적으로 짜 놓아야만 GM과의 협상도 유리하게 풀 수 있다.
또한 협상이 결렬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져도 대외신인도 저하 등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게 후속대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 kyk@fnnews.com 김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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