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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M SEOUL 2000]로마노 프로디 EU집행위원장 회견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6일 “아시아와 유럽이 경제 협력 관계를 넘어서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디 위원장은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회의(ASEM)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기자들과 가진 회견에서 한국과 EU 관계 전망 등에 관해 언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일 서울에서 개막되는 아시아유럽회의(ASEM) 정상 회담의 의의는.

▲아시아는 활기찬 발전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매우 중요하다. 유럽과 아시아의 관계는 그 어느 때 보다 좋으며 상호 교역과 투자 증가가 뚜렷하다. 이제는 이같은 상황에 틀을 부여해야 한다. 경제 협력 단계를 넘어서려면 정치적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ASEM 정상 회담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경제 협력 외에 범죄와 마약에 공동 대처하는등 전반적인 협력 관계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ASEM 정상회담은 특히 한국이 경제 위기 극복 후 새로운 발전 단계에 있기 때문에도 중요하다. 경제 회복의 중요한 때에 홀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ASEM 참가를 원할 경우 EU의 입장은.

▲EU는 남북한 합의를 지지해 왔다. 이같은 측면에서 새로운 전망이 대두된다면 이 전망에 우리는 언제나 개방돼 있다. 집행위의 입장은 북한의 국제 사회 복귀를 돕는 것이다.

쉽지 않은 단계들이 있지만 적극 노력해야 한다.

―북한과 유럽 국가와의 수교에 대한 EU의 입장은.

▲일부 북한과 수교를 결정한 나라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를 호의적으로 주시하고 있으나 아직 집행위의 공식 입장은 없다. 집행위는 다만 회원국 결정을 주의 깊게 검토할 생각이다.

―한국의 경제 잠재력을 어떻게 보나.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나라다. 과거에 환상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여주었으나 경제 위기 발생 후 모두가 한국은 이제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3단계 경제 발전 단계로 진입했다.

이제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한국의 새로운 발전 단계는 장기간 계속될 것이며 나는 한국을 매우 낙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제도 개혁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전진이다.

아시아는 성장할 것이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강한 위치에 있어 새로운 성장 단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과 신기술의 신속한 습득 등 한국의 체제는 잘 갖춰질 것으로 생각한다.

―EU의 장래를 어떻게 보는가.

▲EU는 세계 정치의 새로운 현상이다. 진보가 빠를지는 알 수 없으나 많은 나라들이 통화 주권 등 주권의 일부를 모은 것은 세계사에서 진정 새로운 일이다. 이를 모방한 것들이 많이 있으나 EU처럼 강력하지는 않다. EU는 현재 11개 언어로 돼 있으나 곧 (가맹국 확대로) 20개 언어가 될 지도 모르며 이는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유럽 연합을 건설하는 민주적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유로를 거부한 덴마크의 국민투표 결과에 개인적으로는 실망했으나 민주적 과정의 결과다. EU는 새로운 종류의 국가이며 사상 유례가 없었던 실험이다. EU를 좌지우지하는 지배적 회원국은 없으며 EU는 소국들의 연합이다.

―유로의 장래는.

▲11,12개국이 통화를 합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며 유럽 금융 시장은 번성하고 있다. 문제도 있다. 정책 결정 기구를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으며 유럽 사람들 조차 친숙하지 않은 유로를 인식시켜야 한다. 유로의 장래에 낙관한다.

다만 역사적 변화를 하루에 이룰 수는 없으며 시간이 필요하다. 유럽 경제의 펀더멘털이 매우 튼튼하다. 미국은 성장률이 높지만 저축률이 마이너스다. 반면 유럽은 건실한 저축률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통합 전망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통합을 피할 수 없다. 세계화 시대에 단일 국가로는 역할이 어렵다. 우리는 다각적 의사 결정 과정의 많은 부분을 단계적으로 통합시켜 나갈 것이다. 물론 민주 체제에서 당장 내일 되는 것은 아니다. EU는 지난 두 세대 동안 전쟁을 겪지 않았다. EU 바깥에서만 전쟁이 일어났을 뿐이다. 유럽은 함께 하고 있다. 이는 멋진 역사적 사건이다. 아시아에서도 이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한다.

유럽은 발칸과 우크라이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EU의 회원국 확대 절차로 거의 전체가 통합된다고 할 수 있다.

―ASEM이 그간 말잔치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있다.

▲유럽의 경험으로도 시작은 힘들었다. 유럽은 다만 전쟁의 비극을 겪어 ASEM보다 진전이 빨랐을 뿐이다. 초기 단계에서 실망한다 해도 이같은 협력기구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언젠가 혼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가 온다. 인내심을 갖고 상호 이해를 깊게 할 필요가 있다. 유럽은 전쟁의 역사도 깊지만 협력의 역사도 깊다.

아시아에서는 상호 교류가 유럽보다 훨씬 힘들었다. 유럽은 교역도 있었고 주민들의 이동도 있었다. 처음부터 우려하면 안된다. 아시아도 공통의 정치적 기구를 시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오늘 내일 될 일은 아니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ASEM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ASEM을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개인적인 복안이 있는 지.

▲아시아를 좋아하고 두루 여행하기도 했으나 아시아 전문가는 아니다. 다만 공통의 기구를 시작하면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은 것을 시도하게 된다. 언젠가 당신들도 정치적 연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천천히 인내심을 갖고 그러나 협력이 좋은 것이라는 큰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탈리아·프랑스·독일 사람들이 합쳐질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은 없다.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EU의 정책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관계는 과소평가돼 있다. 유럽은 미국보다 아시아와 더 많은 교역을 하고 있다. 지중해 국가에서는 아시아와의 활발한 교역으로 새 항구들이 들어선 것을 볼 수 있다.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외교 정책이 여전히 지정학적 관점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전망이 없다고 보는가. 관계 발전의 과정을 돌이켜볼 때 나는 낙관한다. 교류의 규모나 통합의 전망에서 그렇다. 교역 뿐만이 아니다.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의 생각과 국민들의 생각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 예로 EU가맹국 확대는 여론 조사 결과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변화를 제시할 때 항상 그렇다.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놀랄 일이 아니다. 모두가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맹국 확대가 평화와 통합을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이 인식되고 있다. 지도자들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정치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도 정치는 쉽지 않으며 장기적 정책을 세우는 일도 그렇다.

―지난해 집행위 위원장에 취임하면서 다짐한 개혁에 대한 평가는.

▲개혁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브뤼셀=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