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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연기금 강제동원은 안된다


정부는 침체에 빠진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방안을 내놓았다.그러나 연·기금들은 그동안 변변한 자산운용전문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자금을 운용해 이익을 내기는커녕 손실을 냈던 사실을 감안할 때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올 들어 주식시장 침체로 상장사와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시가총액이 무려 215조원이나 감소했다.이와 같은 주식시장의 침체로 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주식시장의 활성화 없이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연·기금이라도 동원해 주식시장을 활성화 시키려는 정부의 의도가 전혀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국의 연·기금이 운용자금 전체의 54%를 주식투자로 운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연·기금 주식투자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미국의 연·기금은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주식시장이 침체될 경우 매수에 나서고 과열될 때 매도를 함으로써 주식시장을 안정시키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연·기금의 주식투자비율은 1.97% 정도에 불과하며, 기금관리기본법은 주식투자를 원칙적으로 규제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시장상황에 따라 연·기금의 자산운용 방법을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정부가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내부규정과 법령을 개정하는 것은 연·기금의 자산운용방법에 대한 선택범위를 넓혀주는 동시에 주식 수요기반을 튼튼히 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단기적인 주식투자 수요확충을 위해 이달말까지 1조5000억원 규모의 연기금 전용펀드를 조성키로 한 것이다.현재 연·기금 재정도 고갈되는 등 매우 취약한 상태인데 정부가 강제로 연·기금을 동원해 주식을 사게해놓고 손실이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현재의 주식시장의 침체는 단순히 수급 불균형보다는 구조조정 지연, 고유가, 반도체 가격하락, 미국의 기술주 하락 등 외부악재가 주요인이다.이 점을 고려할 때 정부는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임시방편적 방법을 동원할 것이 아니고 구조조정을 확실하게 추진하여 시장의 불안요인을 제거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줌으로써 주식시장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