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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철도 TSR이 달려온다



급속한 남북한 해빙 물결을 타고 시베리아가 성큼 다가서고 있다.

‘닥터 지바고’의 장엄한 스케일을 연상시키는 신작 러시아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시베리아의 사랑)’가 국내 영화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시베리아를 가로 질러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가 갈수록 우리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6월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남북관계를 보여준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 이산가족 상봉이었다면, 반세기 만의 경의선 복원 결정은 화해의 물리적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진 경의선은 신의주에서 멈추지 않고 멀리 시베리아로 연장돼 수출 한국의 육상 화물 수송로를 대륙으로 확장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에서 출발한 화물열차는 서울∼문산∼신의주를 거쳐 러시아 해군의 전략요충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잠시 쉬면서 기나긴 유럽행 여정을 준비한다. 휴식을 마친 열차가 다시 기적을 울려 9박10일 9300km를 달리면 모스크바에 닿는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것이다.

유럽쪽 러시아인 모스크바에서 열차는 다시 숨을 가다듬어 바르샤바∼베를린을 거쳐 북유럽의 물류 중심지인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까지 내닿는다. 한반도 남단 부산을 떠난 열차가 지구를 반바퀴 돌아 북해 연안의 유럽 항구에 짐을 부리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경의선이 연결되고 난 후의 일이다. 우리측 경의선 연결 공병부대는 지난 17일 통일대교∼장단 구간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벌였다. 머지않아 북한 측도 해당 구간에서 철로연결을 위한 정지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무장지대의 남측지역을 관할하는 유엔군 사령부는 작업에 필요한 작전지역 관할권을 이미 우리 측에 넘겼다.

물론 TSR를 우리측 희망대로 ‘꿈의 철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측의 적극적인 TSR 공유의지가 필요하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8월5일 고위 외교관 발언을 통해 TSR를 남한과 연결하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교관은 한국에 TSR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중국 북동부를 거쳐 자바이칼스크로 연결하는 방안 ▲하산을 통해 러시아와 북한을 직접 연결하는 방안 등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비교적 소상히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양 방문 중 TSR를 한국 철도와 연결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TSR를 이용하면 우리나라의 유럽행 수출 컨테이너 하나당 수송비 500달러가 절약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물류사에 신기원을 열 ‘철의 실크로드’ TSR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