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건설 추가자구안 전망] 정부―채권단―현대 ´윈윈게임´ 가능할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18 05:13

수정 2014.11.07 12:27


외환은행을 비롯한 현대 채권단이 현대건설이 마련한 5800억원 규모의 추가 유동성 계획을 수용함으로써 정부와 채권단,현대 모두의 ‘윈윈 게임’이 시작됐다.

이로써 정부는 4대 계열사에 대한 출자전환에 ‘논란불식’을,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하기 싫은 출자전환 ‘비켜가기’를 할 수 있고 현대는 경영권 사수를 위한 ‘시간 끌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해답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 추가자구 계획은 실천이 문제다. 자구계획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시장은 더욱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혼란을 진압하는 비용은 몇배로 늘면서 적절한 시기마저 놓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추가자구 가능한가=현대는 지난 8월13일 자구계획안을 통해 8∼9월 2개월동안 5981억원의 자구노력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는 이어 이날 5800억원의 추가자구안을 발표했다.

추가자구안에는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지분 3% 처분,정몽헌 현대아산 의사회 의장 계열사 보유지분 매각 등 사실상의 사재출연이 포함됐다. 또 이라크 건설공사 미수채권을 매각해 1억3000만달러를 조달하는 계획도 있다. 현대건설은 이밖에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이사급 이상 임원진중 20∼30%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혀 혼자 힘으로 해 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채권단도 현대건설의 추가자구안이 모두 실현 가능성이 높아 이를 수용했다. 게다가 영업이익이 1600억원에 이르는 등 경영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채권단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장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증시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현대그룹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전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대 자구안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차 자구안 기간인 지난 8∼9월에 현대는 약속한 금액에 2079억원이나 못미치는 3902억원만 이행했다. 게다가 은행권이 아닌 보험사들의 자금회수 움직임도 자구계획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올 연말까지 만기도래되는 회사채 규모도 1800억원이나 된다. 영업이익이 크다지만 전체 경기 침체로 수주는 현격히 감소하고 있다. 해외공사 실적도 올 들어 9개월동안 26억달러에 불과하다.

◇정부와 채권단 입장=현대의 자구안으로 재정경제부의 ‘4대 그룹 계열사 출자전환은 없다’는 원칙과 ‘현실을 인정하면 예외없는 법칙도 있다’라는 금감원의 이견은 일단 수면 밑으로 잠복했다. 특히 재벌 계열사 출자로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대한 의혹과 비난 등은 일단 면하게 됐다.
채권단도 현대건설에 출자를 하면 회수 어려움과 자금이 묶이게 되는 리스크는 피하게 됐다. 더구나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제 코가 석자인 은행들로서는 기업 자구는 최선의 방법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건설에 대해 4대재벌 계열사로 남는 한 출자전환이 안되고 출자가 이뤄지면 경영권은 박탈된다는 의사를 충분히 전달, 현대건설 스스로 추가자구안을 서둘러 내놓게 한 것은 다른 기업들에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 rich@fnnews.com 전형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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